시 평집 ㅡ어느 봄날에선가 꿈에선가

내 몸에 물끼오르고

koarm 2020. 6. 24. 18:06

정진규

 

그럴 것 없어

당당하게 살아보는 거야

허리굽히기, 미소짓기, 녹녹해지기,

오늘은 어디 한번 다 걷워치워 보는 거야

 

제까짓 것이나 나나 다를 것 없어

백지 한 장 차이야

머뭇거리지도 마 두려워하지도 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그건 현실이야

진실과 현실은 거리가 멀어

나도 머리를 먼 곳에 두고

오늘은 어디 한번 푸르러 보는 거야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는 소녀들의

그런 봄날이 머지않는 탓일까

꽃피어 꽃피어 향내 어지러운

그런 봄날이 머지않은 탓일까

내 몸에 물끼 오르고

내 몸에 물끼 오르고

모든 게 잘 되어질 것 같았습니다.

 

 

시감상 고암

 

청춘을 저당 잡힌 젊은이들 아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이 어린 상사에게도 허리 굽히며 하루에도 수십번 사표를 쓰는 중년의 직장인들 <그럴 것 없다>고 당당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하지만 돌아서는 뒷모습만 초라한 그대에게 주고 싶은 시이다. 진실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

 

언젠가는 모든 게 잘 되어질 것이다. 그대 몸에 물끼오르고. 추운 겨울이 가면 다뜻한 봄은 어김없이 올 것이다.

 

나도 직장생활 할 때 수없이 되 내이던 말이다. 제까짓 것이나 나나 다를 게 없다고. 백지 한 장 차이라고. 끝내 조기 퇴직을 하고 말았지만. 정말로 진실과 현실은 거리가 멀었다. 직장인들 파이팅! 머리를 먼 곳에 두고 오늘은 한번 푸르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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