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청마 유치환
고독은 욕되지 않는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묻으리
아 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를 치레하기에 아끼지는 않으리
들어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는다
시 감상 ㅡ고암
고암은 외로운 바위라고 했으나 정확히 말하면 고암은 외롭다기보다는 고독한 것이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대신 그의 뜨거운 노래를 거기 언 땅에 묻을 것이다. 호호 손을 불며.
지금은 선거철이다. 들어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쳐오는 뭇 거짓 구호와 표플리즘의 쓰레기들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사고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이 시대의 허상을. 그래서 시인은 차라리 뜨거운 노래를 언 땅에 묻고자 했으리....
그러나 고독은 욕되지 않고 견디는 자에게 값진 영광으로 오리. 아아 그의 노래는 그의 이름 그의 영광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겨울의 황량한 숲으로 오리 기술사의 모자를 쓰고.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복사꽃 피고 질 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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