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할 말이 남아서

koarm 2021. 7. 23. 00:58

이 세끼 또 밥 달라고 성화할 테냐 죽여버린다

엄마 다시는 밥 안 달라께 살려줘

 

청마가 살던 시절(1908~1967) 상도동 산번지 어디에서 한 굶주린 젊은 어미가

밥 달라고 보채는 어린 것을 독기에 받쳐 목을 졸라 죽였다고

 

이 세끼 또 밥 달라고 성화할 테냐 죽여버린다

엄마 다시는 밥 안 달라께 살려줘

 

생후 2살 된 손녀는 밥을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만약에 먹을 것이 없어 밥을 먹지 못 한다면? 지금도 지구촌 어디 에선 간 밥 달라고 떼쓰는 어린 것들이 있고, 밥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 생명들이 있다.

 

저 가엽은 애걸과 발악의 비명들이 소리소리 울려 들리는데도 그러나 그것은 내 딸자식이나 손주가 아니라서 우리는 아무런 죄스럼이나 노여움도 없이 삼시 세끼를 챙겨 먹고서 값지다고 믿는 문학이랍시고, 시랍시고 이 따위를 태연히 앉아 쓴다는 말인가?

 

#청마 유치환 <그래서 너는 시를 쓴다?>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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