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고창 청보리밭에서

koarm 2021. 3. 29. 10:53

청보리밭 여기저기에 보릿대가 쓰러져 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보릿대를 밟아 놓은 것이다

그까짓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농민들이 피 땀 흘려 농사지은 보리를 밟다니

 

어릴 적 시골에서는

밤사이에 보리가 쓰러져 있으면

청춘남녀가 사랑을 한 흔적이라 했다

모텔도 러브호텔도 없는 시골에서

사랑을 나눌 장소는 보리밭뿐이었으니

그래도 이해할만 하지 않는가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보리밭을 망쳐놓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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