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손톱을 깎으며

koarm 2021. 2. 11. 10:33

섣달 그믐날

설을 쇠기 위해

손톱을 깎는다.

손톱을 깎듯이

내 인생에서 또 한 해를 잘라버린다.

 

손톱은 다시 자라겠지만

잘라버린 세월은 돌아올 줄 모르는데

해 마다 섣달 그믐이 되면

손톱을 깎고

묵은 해를 잘라야 한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

손톱도 깎고

한 해도 보내는 것 아닌가

흙으로 돌아가면

손톱을 깎을 일도

묵은 해를 보낼 일도 없을 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손톱을 깎으며

ㅡ영등포문화원 문예공모전 입선작품 ㅡ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ㅡ교보문고 판매 중

#노트북 같은 인생이라면

  어쩌다 마주친 (산문집 )

    2021.2.15 출시, 교보문고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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