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모음 -곁에 없으면 더욱 그리워질까

단상 4제

koarm 2020. 12. 12. 19:08

1)

우리는 배 고프지 않아도

끼니 때가 되면 밥을 먹는다.

한 끼 굶으면 일생 동안 못 먹을 것 처럼

하루 세 끼 밥을 먹는 것은 관습이다.

옛부터 하루 한 끼 먹어왔다면

지금도 한 끼만 먹을 터인데...

 

2)

우리 집에는 정수기가 있다.

서울 수돗물 '아리수'를 그냥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냥 먹기에는 어쩐지 껄끄럽다.

나는 냉생수만 마신다. 그것도 많이.

한 겨울에도 냉생수만 고집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더위를 덜 타지만

겨울에는 비염으로 콧물을 주체할 수 없다.

 

3)여유

나는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쪼들리고 싶지않다.

은퇴하여 집에 있으니 남아도는게 시간이고

경제적으론 국민연금과 아들이 주는 용돈이 있으니

속편한 소리 한다고 한다면 할말없지만

누군들 쪼들리고 싶어 쪼들리랴 !

그러나 실상은 쪼들리지 않을 여건의 사람들이 쪼들리며 사는 것을 본다.

금전적으로 궁색하지 않은 사람들도 지나친 욕심 때문에 쪼들리며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 같은대도 시간에 쫒겨 쩔쩔매는 것이다.

여유롭게 사느냐, 아니면 쪼들리며 사느냐는

결국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인 것이다.

 

4)가방을 든 남자

여자들이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그도 항상 가방을 들고 다닌다.

여자들의 핸드백 안에 든것은 무엇 ?

화장품과 휴대폰 그리고 또 무엇 ?

마누라 핸드백을 검사할 수도 없으니 상상에 맡길뿐...

그렇다면 그의 가방안에 든 것은 ?

메모용 수첩,볼펜, , 생수용 물병, 간혹 밖에서 반주로 먹다 남은 소주병도 들어있다.

책이나 수첩이야 넣고 다닌다고 할지라도 내가 생각해도 마시다 남은 소주병이야 너무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