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모음 -곁에 없으면 더욱 그리워질까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koarm 2020. 12. 12. 17:21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청마 유치환

고독은 욕되지 않는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를 치레하기에 아끼지는 않으리.

들어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 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맟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는다.

 

ㅡ <시 감상 박고암 >

고암은 외로운 바위라고 했으나 정확히 말하면 고암은 외롭다기 보다는 고독한 것이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대신 그의 뜨거운 노래를 거기 언 땅에 묻을 것이다. 호호 손을 불며.

지금은 선거철이다.

들어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쳐오는 뭇 거짓 구호와 표플리즘의 쓰레기들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사고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이 시대의 허상을

그래서 시인은 차라리 뜨거운 노래를 언땅에 묻고자 했으리...

그러나 고독은 욕되지 않고 견디는 자에게 값진 영광으로 오리

아아 그의 노래는 그의 이름 그의 영광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겨울의 황량한 숲으로 오리 기술사의 모자를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