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고 지고

At my nook

koarm 2020. 12. 12. 01:03

아파트 구석진 곳

외등이 켜있고

앙상한 가지의 나무 두 그루

한 사나이가 벤치에 앉아

기약 없이 떠난 임을 그리며

콜록거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밤은 깊어 자정이 넘었는데

아무도 오고 가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서

연타로 담배를 피운다

‘‘흡연은 발기부전을 유발합니다’’라는

담배갑의 경고문을 바라보며

그러거나 말거나 나 몰라라 하면서

 

서재로 돌아온 사내는

시인동네 과월호에서 중독된 사람들부분을 찿아 읽는다

‘‘담배와 섹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에 담배를 택한 루이스 브뉘엘이 좋고

죽는 순간까지 시가를 끊지 못했던 프로이트가 좋고 담배를

끊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담배를 계속 피운 사르트르가 좋고 ‘‘

젠장 좋기는 무엇이 그리 좋아? 지금은 흡연자가 설 곳이 없는데

 

중독된 사람들이라

당신은 니코틴중독자, 알코홀중독자, 카페인중독자, 사랑중독자인걸

(nicotine holic, alcoholic, caffeine holic, sex holic )

 

중독되지 않고 지금 이 시대에 말짱한 정신으로 살기가 쉬운가?

무엇엔가는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신간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

#신간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

    ㅡ교보문고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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