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육개장 한 사발로 간다
할아버지가 죽었다
할아버지의 피같이 시뻘건 육개장 한 사발과
편육 한 접시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장례한다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인 내가, 내가 죽으면 내 아들이 ……
육개장 한 사발로 장례식을 치른다
고사리와 토란나물, 소고기, 마늘, 생강, 고춧가루로
끓인 육개장과
편육으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죽은 이를 값싸게 보낸다
# 신간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 42쪽
2020.12.8 고쳐 쓰다
# 신간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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