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육개장 한 사발로 가는 인생

koarm 2020. 12. 9. 00:30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육개장 한 사발로 간다

 

할아버지가 죽었다

할아버지의 피같이 시뻘건 육개장 한 사발과

편육 한 접시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장례한다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인 내가, 내가 죽으면 내 아들이 ……

육개장 한 사발로 장례식을 치른다

 

고사리와 토란나물, 소고기, 마늘, 생강, 고춧가루로

끓인 육개장과

편육으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죽은 이를 값싸게 보낸다

 

# 신간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 42쪽

   2020.12.8 고쳐 쓰다

# 신간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

     ㅡ교보문고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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