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자네는 평생 후진 양성에 몸담아왔고
바람피운 적도 없이 고고하게 살아왔으니
친구여 내 얼굴에 침을 뱉게
자네는 유곽 한 번 들여다 본적도 없고
정도를 걸어왔으니
非道를 걸으며 아집과 독선으로
수없이 아내를 울리며
자네의 윤리기준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詩를 쓴다고 설쳐대는 내가 가소롭지 아니한가
세상 사람들에게 아무 흠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히 행동했고 가책 없이 지냈어도
자네는 나의 더러운 과거를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이제 자네 앞에 설 수도 없고
전화 통화도 할 수가 없네
부끄러워, 한없이 부끄러워
자네를 떠올리면
내 지난날의 어둠이 떠올라 부끄러워
그러니 친구여
내 얼굴에, 내 詩에 침을 뱉게
사실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의 정화활동이지만
나 자신조차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이 부끄러워
내가 시 라고 써놓은 글이 부끄러워
*김수영 , <시여, 침을 뱉어라 >민음사 1975 차용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135~136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2020
복사꽃 나무는 일곱 번 핀다 2018
고독은 나의 운명 2017
어느 봄날에선가 꿈에선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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