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시간

koarm 2020. 10. 6. 09:59

자정이 넘어 아내가 잠이 들면

내 서재에 홀로 앉는다

밤은 독서하기에 좋은 시간 중의 하나라고 했다지만

이런 시간이면 서책도 펼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조용히 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과 대면한다

건강과 생명 그 외의 것은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나만의 시간을 위해 강진읍 농촌에서 2개월간

홀로 보낸 적도 있고,

공주 여명사에서 45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경남 고성의 수도원에서 며칠 밤낮을 홀로

지낸 적도 있지만

이젠 진리를 찾아서 굳이 농촌이나, 산사나, 수도원에

가지 않아도

내 서재에서 충분히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다

 

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간섭도 받지 않는

오직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참으로 좋다

명상이라고 할까 관조라 할까 이런 시간이 내 생에 얼마나

더 허락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한다

한 때는 밤중에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disappear without trace)

낯선 거리를 방황하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밤은 잠자기 위한 시간만은 아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사유는 깊어지고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다

그 때 그 시절 왜 그런 부끄러운 행동을 했던가?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그렇게 어렵게 보냈다고 생각했던 대학시절이 호강에 초친 것이 아니었든가

 

#신간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 68~69 쪽

#자매지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

    ㅡ교보문고 판매중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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