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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koarm 2023. 9. 16. 23:16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박종복 시집

 

 

 

 

 

 

 

 

 

 

 

 

 

도서출판 春火

自序

 

님이여 그때는 몰랐습니다

머리로 살지 말고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10여년 호되게 앓고 난 후에야

삶이란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삶에는 피어리드(.)를 찍기 전에

콤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요

내가 그때까지 알았다고 생각한 지식이

다 헛것이라는 것도

 

그동안 쓰고 모았던 시편를 엮어 한 권의

시집으로 내놓습니다

시집 <복사꽃 나무는 일곱 번 핀다>에 보여준

독자들이 이 시집도 사랑해주시기를 기대하면서

朴鍾福 孤岩 Bak Jong-Bok

 

생년월일(음력) : 52.05.27

출생지 : 전남 장흥군 대덕면 신리 905번지

현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3722

1031002(당산동, 금호어울림아파트)

E-mail : bjb263124@naver.com

연락처 : 02-6216-4691

다음 블로그 : 박종복 시인

네이버 블로그 : bjb263124

 

학력 및 경력

대덕남 초등학교

강진중학교

광주상업고등학교

국립전남대학교(법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YGLP(Yensei Groval Leadership Program)수료

전 국회사무처 의전과, 관리과 근무

IBK 기업은행 근무

현 한국문인협회 회원(시인)

 

그동안 펴낸 책

50부 한정판, 비매품

30, 신혼의 꿈에 젖어 있는 그대에게 (2012.12.6. 산문집)

어느 봄날에선가 꿈에선가 (2012.12.6. 시집)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비매품 50부 한정판

고독은 나의 운명 (2017.12.27. 시집)

정가 7,000원 교보등 대형서점 판매

복사꽃 나무는 일곱 번 핀다 (2018.12.12. 시집)

 

목 차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리라 9

밤을 사랑하는 그대라면 10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12

解脫 13

그래도 나는 사람 냄새가 그리워 14

길에서 길을 잃다 15

비우고 또 비우라 16

보름달 17

넵둬부러* 18

바람의 여자 19

평삶 1 20

여명사 선방에 앉아 21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1(不垢不淨) 23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2(不垢不凈) 24

우산 1 25

우산 2 26

가을(Fall, Autumn) 27

밤중의 소리를 들으라 28

빈집 30

삶의 여유 31

세 부류의 사람들 32

34

평삶 2 36

혼자 있는 시간을 연습하자 37

호모 루덴스 39

혀뿌리 40

연필과 지우개 41

태초에 Sex가 있었다 42

가을이 네게 어떻게 왔드냐고 43

나의 반경 44

그때 그곳 45

기다림과 희망 46

평삶 3 47

하루분의 삶 48

헤어 아티스트 49

틈새 50

택배 51

편의점 52

他人 53

춘향이가 진짜 먹고 싶은 것은? 54

청산도에 유채꽃이 피면 55

첫 경험 56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 57

쫒기는 현대인들 58

집착 60

질문 61

진리를 찾아 62

진눈깨비 날리던 밤 63

정사 64

작고도 큰 행복 65

자판기 커피 66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67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시간 68

70

인생 뭐 별거 있나 71

익애(溺愛) 72

이슬에 취하다 73

74

거리에서 75

이별 76

윤사월 해 길다 77

공항버스로 떠나보낸 임 78

교미 79

구멍() 80

구역예배 81

그 사람 울리지 마라 82

꽃과 나비 83

나는 적당히 살기로 했다 85

내 새끼 87

내편 88

네시서리 이블 89

되새김 질 90

마늘 까기 2 91

마라과 하라 92

맥주 94

모든 시인은 바보들이다 95

평삶 4 97

흔들릴 때 마다 98

히비스커스 티 100

A son of a bitch 101

At the pub 102

Bra Size 103

목숨 1 104

목숨 2 105

밤과 낮 사이 106

뱀의 영토 107

벌초 108

부화 109

소화기 110

속세에 살아도 111

수도원의 밤은 깊어 112

수벌의 사랑 113

수제비 114

술에 대하여 115

술이나 한 잔 할까? 116

시계바늘이 0시를 가리킬 때 118

안부 119

앉아서 오줌 누는 동물 120

액션 121

앵무새, 죄수, 광대 122

에쎄프라임 124

예수가 붓다를 만나러 길을 나서다 125

오랑우탄을 보며 126

오르가슴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127

오버 식스티파이브 128

외등 129

외로워도 고독해 하지 말자 130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 131

유레아 플라즈마 132

빨래를 잘 널자 133

사랑의 기술 134

낙화 정기 예금 135

친구여, 에 침을 뱉게 136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리라

 

<고독은 나의 운명>이라는 시집을 냈고

아직도 호는 고암(孤岩)이지만

다시는 고독하다고 말하지도 쓰지도 않으련다

가족이 있고

술 담배를 살 수 있는 돈이 있고

가 있고 노래가 있고

知己가 몇 명쯤은 있는 한

 

이제는 어리석었던 내 청춘을  하지 않으리라**

청춘의 그 어두웠던 긴 터널과 퇴행을 지나오면서

안 사람을 많이 울렸지만

그 결과 오늘의 내가 있으므로

 

다시는 사람은 죽어 한 줌 재로 그냥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비록 화장터의 분말로 화할 지라도

사람은 살아온 인생의 흔적이 있고

사랑의 기억이 있고

영혼은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므로

기형도처럼 나도 이제부터 희망을 노래하리라*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시집 <정거장에서의 충고>,

<가수는 입을 다무네>에서 차용

밤을 사랑하는 그대라면

 

낮은 활동하고 밤은 쉬고 잠자는 시간이라고?

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밤도 늦도록 잠 못 이루는 아니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밤은 잠자는 시간만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시간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술 마시기에 좋은 시간일 수도 있다

나 같은 무녀리 시인에게는 습작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여는 시간이다

 

위나라 사람 동우는 삼여지설(三餘之設)이라는 글에서

밤과 비 오는 날, 겨울철을 독서하기에 좋은 시간이라 했다지만

나에게는 밤은 독서하기 보다는 사색하기에, 글쓰기에 좋은 시간이다

낮에 독서하고 밤에 사색하자는 게 나의 주장이다

책장 넘기는 소리까지 들리 지 않는 깊은 밤 사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 아닌가?

 

 

 

 

 

밤을 사랑하는 그대라면

이 밤을 다 쓰지는 말자

불금이든 토요일은 밤이 좋아이든 내일 밤을 위해

조간신문이 오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자

꿈 속 세계도 또 하나의 소중한 밤 이니까

좋은 꿈꾸시기를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복사꽃이 피었다

다시 봄이다

해마다 복사꽃 필 때마다 나는 봄앓이를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프지 말자

 

복사꽃이 지고 있다

복사꽃이 지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꽃이 져야 탐스러운 복숭아를 맛볼 수 있으니

 

무엇이든 핀 것은 져야 열매를 맺는다

우리도 언젠가 질 텐데

질 때 무슨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희망 하나 던져줄 수 있을까

解脫

 

점심을 먹고 나서 이빨 사이에 음식이 끼면

그렇게 불편할 수 없다

그러나 양치질을 하거나 치간 칫솔로 그것을 빼내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란 이빨 사이에 낀 음식과 같다

解脫이란 그것을 빼낸 후의 시원함이다

그래도 나는 사람 냄새가 그리워

 

사람 냄새가 그리워 광주에 왔지만

금남로 거리를 아내의 손을 잡고 걸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네

일찍이 나와 함께 걸었던 사람들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그 사람들,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기던

, , 그들은 지금 어디에?

지금은 기억 너머에 있는 그 사람들

 

약간은 어리숙하고, 약삭빠르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는

그런 사람 냄새가 그리워

대형 마트의 판매원 보다는 동네 슈퍼 아줌마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고

나이 어린 손자의 순진무구함이 사람 냄새인 것도 같다

 

승승가도를 달리는 사람보다는

넘어졌다 일어서고 또 넘어졌다 일어서는 사람에게서

나는 사람 냄새를 맡는다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서 사람 냄새가 날까?

독선과 아집으로 점철된 나에게서

다른 사람들이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으려나……

 

유치환의 그리움에서 차용

길에서 길을 잃다

 

나는 나를 잃었다 (失我)

그 나를 잊었다 (忘己)

이제 나는 내가 아니다 (非我)

고로 나는 없다 (無我)

 

色卽是空 空卽是色

비우고 또 비우라

 

대나무가 비어 있어야

피리가 될 수 있듯이

비우고 또 비워서

치허(致虛)에 이르라고

스승은 말했다

 

무념(無念)

무상(無想)

무욕(無慾)

아무 것도 아닌 것(Nothingness)

그 누구도 아닌 사람(Nobodiness)

가 되라고 스승은 강조하였다

 

세월이 흐른 지금

대나무가 아닌 고목이 되었고

온갖 잡념과 물욕 투성이의

인간쓰레기가 된 자신을 본다

보름달

동시

 

엄마, 얼마 전의 초승달이

어느새 보름달이 되었어요

초승달이 무얼 먹고 저렇게 커졌나요?

하늘의 구름 한 조각, 밤의 이슬 먹고

커졌나 보다. 애야

 

그러나 애야 달은 곧 죽고 다음 달에 다시 태어나

그런데 엄마, 할아버지는 죽은 지 일 년이 지났는데

왜 다시 안 태어나요?

, 할아버지는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사시는 거지

할아버지는 사시는 동안 착한 일을 많이 하셨나보다

넵둬부러*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의 근황을 알 수 있다

요즘 나는 넵둬부러 라는 말을 많이 쓴다

예전에는 영어 deserve라는 단어를 즐겨 썼다

 

초등학교 2학년만 되어도 자기주장이 뚜렷하다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면

지나친 관여는 금물이다

하물며 성인들에게야 그야말로 넵둬부러야 한다

조금은 눈에 거슬리는 것은 넵둔다

 

Deserve할 만하다, 할 자격이 있다 로 역할 수 있다

수고 했으면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고,

베짱이처럼 놀았으면 굶어야 마땅한 것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참회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

 

 

 

*넵둬부러 _ 그냥 놔두라는 전라도 사투리

바람의 여자

 

태풍의 영향으로 나뭇잎이 심하게 흔들린다

운명 앞에 심하게 흔들리는 여자

흔들리다 멈출 것인가

가지가 꺾일 것인가

운명이 가혹하면 송두리째 뽑힐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가지를 보고 있던

사내가 담배 꽁초를 버린다

그래 흔들려도 좋다

꺾이지만 뽑히지만 말아라

나도 한 때 바람 앞에 등잔불이었다

평삶 1

 

평삶 = 평범한 삶 속의 행복

 

특별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평범하게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얼마나 된 삶인가는

아프거나 고난이 찾아왔을 때 뼈저리게 느낀다

하루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된 삶인지?

여명사 선방에 앉아

 

쇠북소리도

풍경소리도

염불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여명사 선방에 홀로 앉아 있으니

고요함과 홀로 있음이 좋다

 

주지 외에는 다른 승려도 없고

공양주도 없는

사무장이라 하는 자는 휴가 가고

승과 속이 함께 45일을 보낸다

2,3일에 한번 오는 보살이

저녁 공양을 준비해 주고, 아침 점심은

내 알아서 해야 한다

 

 

간밤에는 저녁 공양으로 제육볶음을 주지와 함께 먹었다

살생계가 불교의 계율이 아니던가?

절에서 제육볶음이라니

절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소주병

요즈음은 절에서도 염불하고 목탁 치는 것을

스님이 하지 않는다

오디오 스님이 대신 한다

휴대폰 없는 스님이 없고, 웬만한 절에는 자가용이 다 있다

석가가 들으면 슬퍼하지 않을까?

 

 

 

 

 

 

 

 

 

 

공주 계룡산 국립공원 입구 여명사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1(不垢不淨)

 

노오란 은행나무 잎에서

떨어진 은행열매

포도 위에 떨어진 은행 알을 사람들이

밟아 깨며 지나간다

역한 냄새를 신발에 싣고

 

사람도 외모는 화려하지만

밟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는 예쁘지만

속내를 보면 썩은 냄새가 나는 사람들

 

하지만 볶은 은행 알은 양주 집에서 고급 안주로 나온다

불구부정

세상에 더러운 것도 깨끗하기만 한 것도 없다

썩은 냄새를 풍기는 발에 밟힌 열매

양주 집의 고급 안주로 오르는 볶은 은행알

어떤 것이 더럽고 어떤 것은 깨끗한가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2(不垢不凈)

 

백 프로 악한 사람도

백 프로 선한 사람도 없다

나 할 나름이다

 

세상만물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하기만 한 것도 없다

마음에 달려있다

똥이라고 더러운가 자기 똥은 더럽지 않을 수도 있고

극한 상황에는 개똥도 먹는다

 

미추도 없다

도도한 미녀보다는 후더분한 사람이 좋다

아름다움이란 여름날의 과일과 같아서

익으면 향기롭지만 이내 상하기 쉽다*

 

 

 

 

 

*프란시스 베이컨

우산 1

 

빗속을 우산을 쓰고 걷는다

너는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나는 비를 맞더라도 네게 우산을 씌어주고 싶다

우산 2

 

비를 가리면 우산

햇볕을 가리면 양산

나는 너의 영원한 가리개가 되고 싶다

가을(Fall, Autumn)

 

Autumn or Fall(가을)은 태풍의 계절

하늘에서 비가 fall(내리고)

바람에 과일이 fall(떨어지고)

낙엽이 fall(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 정이 fall(떨어지고)

밤중의 소리를 들으라

 

새벽 3시경

아파트 주차장에 나가면

불이 켜있는 집은 한두 집

내 서재에 앉아 나와 대면하면

들린다 밤중의 소리가

Sound of Silence of deep night

 

나는 밤중의 소리가 좋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로 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오직 나만의 시간

진리를 찾아서 산사나 수도원에 가지 않아도

내 서재에서 밤중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건강과 생명, 그 외의 것은 욕심내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소중하다

아무리 어려운 삶이라도

삶은 분명 선물이고 축복이다

 

 

 

 

내 생에 몇 밤이 더 허락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좋다

한 때는 밤중에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

(disappear without trace)

낯선 거리를 방황하기도 했다

그 무엇을 찾으려고?

빈집

 

친구와 밤늦도록 이야기 하다

돌아오면

반겨주는 아내도 자식도 없는

꼬리를 흔드는 애완견마저 없는

3603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들고

소파에 앉으니

외로움이 밀려온다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환장할 그 무엇이 무서워

한 평생을 빈집을 지키며 살았건만

오늘 따라 따뜻한 가정의 온기가 아쉽게 느껴지는 건

나이가 든 것일까

삶의 여유

 

시간과 돈에 너무 쪼들리면서는 살지 말자

마음의 여유, 삶의 여유!

너무 바쁘게는 살지를 말게

한 템포(tempo) 늦추고, 하던 일도 멈추고,

오늘 못 한 일 내일로 미루고 때로는 늦잠도 자보고,

한없이 게을러도 져보고

몸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회사에 결근도 해 보고

그러면 안 되나? 시간이 없어서 사랑할 시간도 없다면

말이 되냐고요?

 

돈도 마찬가지 너무 돈에 노예가 되지는 말자.

먹고 살만한 돈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빈손 들고 갈 인생 아득바득 살지는 말자

물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도록

 

그러나 너무 쪼들려 사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얼마나 산다고 인생 그렇게는 살지 말자

좀 더 여유롭게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그렇게 살면 안 되냐고?

세 부류의 사람들

 

세상에는 정치가, 장사꾼, 그리고 농사꾼의 세 부류의 사람이 있을 뿐이다.

정치가이면서 장사꾼인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장사하는 사람이 정치가의 기질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을 위 세 부류로 大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고 학창 시절에는 정치가의 꿈도 꾸어봤지만, 위 세 부류의 사람 중 가장 혐오하는 대상은

정치가이다.

정치가는 차라리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나의 심정이다. 그들은 파벌을 만들고, 당을 짓고, 억압하고, 사욕을 채우기 위해 선량한 국민을 착취, 우롱, 이용

 

정치가보다는 장사꾼이 낫다.

재벌이든 구멍가게 사장이든 장사꾼은 자본주의 사회나

사회주의 사회나 권장해야할 대상이다.

단 너무 장사로만 모든 것을 보지 않는다면,

사랑도, 우정도 베니스의 상인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장사꾼이

아니라면 말이다.

 

 

 

농사꾼은 어떠한가?

지금은 농사꾼이 많이 장사꾼화 되었지만 그래도 농사꾼이 없다면 무얼 먹고 살 것인가?

내 누이도 이 순간에도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

기업화 되어 있지 않는 농사꾼은 심는 대로, 땀 흘린 만큼 거둔다.

위 세 부류의 사람 중에 가장 정직하고,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은 내 누이와 같은 농사꾼이다.

 

차라리 이 세상에 정치가도 없고, 장사꾼도 없고 오직 농사꾼만 남았으면

이 세상이 더 풍요롭고, 공해니 황사니 하는 것도 없고,

더 안전하고, 훨씬 평화스럽지 않았을까……

 

일정한 직장이 없는 은퇴자인 나로선

언제든지 졸리면 잔다

낮잠도 초저녁잠도 달콤하다

저녁을 먹고 곧 잠들면 11시경에 깨는데

새벽 1,2시경까지 글을 쓰거나

밤중의 소리를 듣는다

 

불면증 환자의 특징은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이다

하룻밤 안자면 죽나?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 오늘 못 자면 내일 자면 된다

 

임어당(린이탕)PEN 크럽 회의 와서도 낮잠을 즐겼다

자고 싶으면 자라

그러나 자려고 애쓰지 마라

 

아내는 티비를 보다가 끄지 않고 잠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절전을 위해서라면 티비를 꺼야겠지만 아내의 꿀잠을 위해서

그대로 끄지 않고 둔다

그러다 보면 아내는 가끔 눈을 뜨고 티비를 보다가 졸다가 아내의 잠은 불연속적으로 이어진다

 

한 때는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어서 술을 마시고

약을 과다 복용해서 심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지금은 밤의 적막이 더없이 좋다

어느 정도 잠에 대해서 자유를 얻었다

Freedom from sleeping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지 않으면

계속 누워있지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갔다 오거나 일기를 쓰거나

그러나 아무리 밤의 적막이 좋아도

조간신문이 올 시간이면 자야한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

 

절대로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은 가지지 말자

만약 언제 잠 드는지 알아보려 하면 잠 들지 못 할 것이다

잠은 의식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니까

평삶 2

 

된장찌개 끓여 식탁에 모여

도란도란 먹는 평삶 (평범한 삶 속의 행복)

식구들 소파에 앉아 티비 보며 웃는

저녁 시간의 평삶

많은 돈이 없어도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삶속의 행복(평삶 )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초코 케익은 돈으로 살 수 있다

바로 초코 케익이 행복이다

초코 케익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평범한 삶 속에서의 행복(평삶 )

혼자 있는 시간을 연습하자

 

깊은 산속, 먼 바닷가를 가지 않아도

자기 집에서도, 도시 한 복판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산사나 수도원에 가더라도 속세의 무거운 짐

내려놓지 못하고 가면 홀로 가는 것이 아니다

 

시끄러운 시장에 서 있더라도

잠시라도 가족, 연인, 친구 등의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과 대면하면

그곳이 곧 마음 수련 도장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은퇴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당황해 하고, 심지어는 은퇴 후 중병에 걸려

죽는 사람도 봤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기 전부터 <홀로 있는 시간>

갖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우아거사(吾友我居士)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벗해서 산다는 말이다

이 말처럼 자신을 친구 삼아 살 일이다

언젠가는 모두가 떠나간다

배우자도, 친구도, 자식도결국은 혼자 남는다

오직 믿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

자신과 벗하여 살자

호모 루덴스

 

한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친구들이 없음에도 재미있게 공놀이를 하고 있다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

나도 저 아이처럼 놀 수 있다

인생은 한 마당 놀이이고

인간은 Homo Ludens, 놀이하는 동물이다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 가세

 

산다는 것을 어렵게만

산다는 것이 괴로움이라고만 생각하면

고통의 바다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저 아이도 넘어져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친구가 오지 않아 외로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놀이에 몰두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공놀이를 한다

나도 어려움이 닥쳐도 저 아이처럼

다시 일어나 놀 수 있다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

 

까짓것 산다는 것이 별거드냐

인생을 놀이하듯 살자

인생을 즐기자

혀뿌리

 

총칼로만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세치 혀로도 능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주먹질과 발길질로만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은 아니다

혀로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신체에 입히는 상처는

빨간약과 붕대로 치유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무슨 약이 있을까?

 

세 뿌리를 조심하라고 했다

세 뿌리 중 남녀공통으로 조심해야 하는 것이

혀뿌리가 아닐까?

연필과 지우개

동시

 

내 연필 동생이 써놓은 낙서를

지우개 형님인 내가 깨끗이 지운다

그래도 철이네 볼펜 동생처럼

내 동생은 낙서를 할 때

똥은 누지 않으니 참 착하다

태초에 Sex가 있었다

 

카인과 아벨이 태어난 것은

아담과 하와가 sex를 했다는 명백한 증거

인류 최초의 근친상간은 롯과 두 딸의 상간?

 

가수들이 들고 부르는 거시기 같은 마이크

텃밭에 가지 주렁주렁

귀두 같은 파꽃

 

상행위를 금지합니다 라는 프랭카드를

성행위를 금지합니다 라고 읽고 피식 웃는다

 

인간은 Homo Sex

가을이 네게 어떻게 왔드냐고

 

가을이 네게 어떻게 왔드냐고

은행나무 노랗게 물 들면 그게 가을인 것을

 

가을이 어떻게 갔느냐고

노란 은행잎 낙엽 되어 뒹굴 면

가을이 저만큼 가고 있는 것을

 

왔다 갈 줄 아는 가을

기뻐하고 슬퍼한들 무슨 소용 있나

 

나의 반경

 

할 수만 있으면 너의 studio(hyggekrog, nook),

당산동을, 영등포구를, 서울특별시를, 대한민국을 벗어나지 마

그 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아

 

너는 너의 스튜디오 안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술 마시고 담배 피는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아무도 만나지 말고, 아무 데도 가지 마

내 스튜디오 안에서 어항에든 금붕어처럼 숨 쉬어

너의 반경 내에서 운신(運身)

 

네 아내와 희비를 같이 하고

아내만 사랑하고

아내를 위하여 네 육체의 남은 때를 살아가

그동안 아내가 너를 위해 헌신했듯이

이제 너의 차례야 아내의 헌신을 갚아 가며 살아

 

세상 여자 헛것이야

명성도, 돈도, 지위도, 삶 자체 까지

미련을 두지 마

그때 그곳

 

그때 그곳 _ 샌프란시스코

그 시절 _ 기업은행 호남본부와 광주 운암아파트

그 사람 _ 큰 형님과 부산 사촌 형님

 

앞이 캄캄 안 보이고

절망밖에 없었던 시절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애쓰던 나를 지키던 그 사람들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샌프란시스코

말도 잘 안통하고

귀국 행 비행기도 탈 수 없었던 암울한 그곳

기업은행 호남본부, 광주 운암아파트

오직 처자식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티던 그 시절

떠올리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눈물이 난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한 오백년

울지 말자 하면서도울고 싶은 인생선아

부르면 정말로 한 많고 울고 싶어지네

 

유약한 나와

순진하기만 한 아내를 원망할 수도 없고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운명, 아니 운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우리의 인생 코스

기다림과 희망

 

인생은 기다림과 희망이 있어 힘든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봄에 씨를 뿌린 농부는 가을 수확기를 기다리고

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태중에서 열 달을 기다려야 하고

그 아이가 장성할 때 까지 수많은 날들을 기다려야 한다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희망을 붙들고

수험생도 합격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나 같은 무녀리 시인은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고

채택되기를 기다린다

기다림과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오늘을 버티겠는가

사람은 기다림과 희망을 먹고 산다

기다릴 줄 아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지혜이고

희망은 그 버팀목이다

평삶 3

 

감사하자. 만끽하자. 지금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자.

오늘이 인생의 최고의 날인지도 모른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행복해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를 당연시 여기고 소홀히 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자.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소탈하고 느리게 살아가는 평범한 삶 속의 행복(평삶 )

 

좋은 대인관계는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식탁 위의 소박하지만 좋은 음식 따스함과 아늑한 분위기 속의 평삶

하루분의 삶

 

오늘은 오늘분의 삶을 충실히 살자

오직 오늘만을 위해

내일일랑 걱정하지 말고

 

내일이 되면 그 내일분의 삶을

또 충실히 살자

 

하루 하루분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

전 생애가 최선의 삶이 될 것이다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잠자리에 들면

깊고 좋은 잠을 잘 수 있다

 

내일도, 모레도, 육체의 남은 날을

그날 그날분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뿐이다

그러면 됐다 더 이상 무얼?

헤어 아티스트

 

자른다 민다 깎아내린다

원석을 깎아생각하는 사람

창조한 로댕처럼

덥수룩한 머리털을

가위로 다듬어 한 예술작품을 낳는

나는

좋은 만남의 헤어 아티스트

 

 

 

 

 

 

 

 

 

 

 

 

당산동 금호아파트 옆 미용실

틈새

 

틈새라는 골목 안 조그만 찻집에서

비 오는 창밖을 보며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린다

비 한번 신나게 오네

 

핫 아메리카노의 열기가 손끝에 느껴지고

나는 창밖의 비 오는 모습을 보고

한 여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한다

 

비 오는 가을 날 하오

핫 아메리카노의 향기가 좋다

또 한 남자와 여자 둘이 들어와 틈새는 비좁고

창밖에 비는 다시 원하게 오고 있다

택배

 

나는 한 꾸러미의 택배상자 되어

너에게 배달되고 싶다

착불로

편의점

 

노래방 간판불도 꺼진

깊은 밤거리

편의점 알바생만 밤을 지키고 있다

이 시간 술, 담배를 살 수 있는 나라가

세계에 몇 곳이나 될까

오후 5시면 가게 문을 닫던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생각하면

他人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은 他人

부모도 형제도 배우자도 자식도 손자도

모두다 他人

홀로 왔다 홀로 가는 人生

 

부모는 죽어 산으로 가고

배우자는 헤어지면 남

자식은 결혼하면 품을 떠나고

손자는 크면 저절로 크고

 

식구외의 남이야 원래 타인

식구들도 다 산절로 수절로

그렇다고 사랑마저 산수간에

나절로 할 수 있나

살아 있는 한 연애하듯 사랑해야할

他人, 식구건 이웃이건

춘향이가 진짜 먹고 싶은 것은?

 

#춘향가중 사랑가에서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굴둥굴 수박 웃봉지 때뜨리고 강릉백청을 따르르르르

부어 씰랑 발라버리고 붉은 정 흠뿍 떠 반간진수로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지루루지 하니 외가지 단참외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을래?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귤율병 사탕의 해화당을 주랴

아마도 내 사랑아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 데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춘향과 이도령이 (발가 벗고) 업고 놀면서 부르는 창이다.

춘향은 이도령이 수박을 먹으려느냐? 참외를 먹으려느냐?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해화당을 주랴, 개살구를 주랴 묻는

물음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춘향이가 진짜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남녀관계에서 누가 먹고 누가 먹히는가?

생리 구조 상 여자가 남자를 먹는 것은 아닌지

청산도에 유채꽃이 피면

 

청산도에 유채꽃이 피면

사랑하는 사람과 완도를 가리라

1년 전부터 약속했는데

머지않아 유채꽃은 필텐데

코로나 때문에 숙소를 예약할 수 없고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도 예정이 없이 취소되고

나 또한 KTX를 타고 광주까지 갈수가 없네

돌담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서편제의 유봉이와 송화를 흉내라도 내고 싶었는데

 

내년에도 청산도에 유채꽃은 피고

슬로시티의 정취는 그대로 있겠지만

사람일을 어찌 알리요

그 돌담길 다시 걸을 수 있을지를

 

 

청산도

전남 완도군 청산면

사시사철 섬이 푸르다고 해서 청산도라 부른다

2007년 담양 창평, 장흥 유치, 신안 증도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한편 국립국어원에서는 슬로시티를 참살이지역로 한역하였다

첫 경험

 

모든 것의 처음은 어렵다

첫 경험

첫 휴가

 

그러나 처음 단추를 풀면

다음부터는 쉽게 풀린다

 

처녀를 잃는 순간의 고통은 잠시

곧 고속도로가 개통 된다

군에서의 첫 휴가도

설렘만큼 귀대가 고통스럽다

 

모든 것의 처음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첫 출산의 고통처럼

이어 환희가 온다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가 언제였지?

아직도 건너편 아파트 입구에서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트리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외로운 사람은 더욱 외로워지는 데

밤 깊은 1월 하순

집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어린 것은 감기로 콜록 거리는데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까지 반짝거리려나?

 

쫓기는 현대인들

 

, 지위, 명예라는 세 마리의 나귀를 지고 가는 현대인

나이 들고 약해지면 후회 하리

 

마감에 쫓기어 글을 쓰는 문인, 자연스러운 글이 나올 수 없다

빨리 길을 걷는 나그네, 이내 지치고 만다

인생을 쫓기 듯 사는 현대인, 무엇을 얻고자?

북망산천도 서둘러 갈 것인가?

신호등도 지키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 드라이버

빨라야 5분일세

 

고속 승진에 목을 메는 직장인,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

그 끝은 어디 일까?

고속버스, 고속열차 모든 것이 익스프레스 화 되었다

심지여 이삿짐 차도 익스프레스가 아니면 안 된다

익스프레스 할수록 삶은 그만큼 윤택 해질까?

느림이 행복은 아닐련지

 

 

 

 

 

빨리 잠 들기를 바라는 불면증 환자,

차라리 오늘 안자도 내일 자면 된다고 생각하라

느리고 단순한 삶, 인생은 기다림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기다릴 줄 아는 지혜, 인생의 큰 지혜이다

 

아들 딸아, 세상에지지 마라 세상을 이겨라

아빠는 칠순이 가까워서야 이 사실을 실감한다

아빠도 한 때는 명예와 지위에 집착했으나 뒤 늦게야 그것들이

헛것임을 알았다

후회는 앞서지 않는다

집착

 

집착이 지옥이다.

놓아버림이 해탈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도

사람에 대한 집착도

부질없는 사랑에 대한 미련도

매달리면 지옥이요

놓아버리면 천국이다.

 

얻고자 함은 고통이다

물건을 얻고자 하든

사람을 얻고자 하든

이름을 얻고자 하든

얻고자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

고통이다

 

버리면 얻으리라

 

질문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는 묻지 않겠다

다만 이것만은 묻자

아픈 데는 없냐?

심하게 아픈 데가 없다면 됐다

건강하면 행복할 수 있으니까

진리를 찾아

 

진리를 찾아 山寺나 수도원에 갈지라도

가족, 친지, 연인 등의 관계의 끈을 끊지 못하고 가면,

세상살이 걱정 근심 다 짊어지고 가면

그들과 같이 가는 것이지

홀로 가는 것이 아니다

진눈깨비 날리던 밤

 

그날 그밤 진눈깨비 날리던 밤

한 마디 말도 없이 돌아선 님아

내 청춘을 다 바쳐

내 영혼을 다 하여

사랑했던 내 님아

나는 나는 어쩌라고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매정하게 떠나간단 말이냐

그리 쉽게 갈려거든 오지나말지

왜 왔던가 왜 왔던가

울리고 갈 길을 네가 왜 왔던가

아리 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나리가

낫네~~

아리랑 응응응 아나리가 낫네

 

정사

 

모텔에서는

남녀가 情事한다

그날 밤 그 남녀는

한강에서 情死했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政事를 한다

은행에서는

남녀 직원들이 밤을 새워 整査를 한다

나는 이것들을

靜思한다

정사 정사 정사……

작고도 큰 행복

 

행복은 크고 거창한 데 있지 않아요

멀리도 있지 않아요

새벽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달빛을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 한잔

연인의 따스한 말 한 마디

이것이 나의 작고도 큰 행복이에요

 

자판기 커피

 

서양 여자들은 빵을 많이 먹어

앞뒤로 빵빵하고

동양 여자들은 쌀을 먹어

쌀쌀 맞어

 

서양여자건 동양여자건

여자들은 자판기커피야

돈을 넣어야 나오는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심무가애 무유공포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다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나는 이 지혜의 말씀대로 절대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함은 알고 있다

탐욕도, 분노도, 증오도, 사랑에 대한 미련도

 

생활을 단순화해야 하고

말도 적어야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살고(글을 쓸 때는 악풀이 아니한 자기표현에 투철해야 하지만)

 

인간관계를 최소화 하고

고독을 친구삼아

홀로 있는 연습도 하자

누군가는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심산의 바위처럼

절해고도의 갈매기처럼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시간

 

자정이 넘어 아내가 잠이 들면

내 서재에 홀로 앉는다

밤은 독서하기에 좋은 시간 중의 하나라고 했다지만

이런 시간이면 서책도 펼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조용히 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과 대면한다

건강과 생명 그 외의 것은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나만의 시간을 위해 강진읍 농촌에서 2개월간

홀로 보낸 적도 있고,

공주 여명사에서 45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경남 고성의 수도원에서 며칠 밤낮을 홀로

지낸 적도 있지만

이젠 진리를 찾아서 굳이 농촌이나, 산사나, 수도원에

가지 않아도

내 서재에서 충분히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다

 

 

 

 

 

 

 

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간섭도 받지 않는

오직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참으로 좋다

명상이라고 할까 관조라 할까 이런 시간이 내 생에 얼마나

더 허락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한다

한 때는 밤중에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disappear without trace) 낯선 거리를 방황하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밤은 잠자기 위한 시간만은 아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사유는 깊어지고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다

그 때 그 시절 왜 그런 부끄러운 행동을 했던가?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그렇게 어렵게 보냈다고 생각했던 대학시절이 호강에 초친 것이 아니었든가

 

일이 있을 때만 전화하는 건 싫어요.

그냥 전화할 순 없나요.

예컨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라던가.

 

일 얘기만 하는 사람은 싫어요.

우리들 사이에는 일 외에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잖아요.

일은 사무실에서만 하고

만나면 살아가는 이야기, 사랑의 언어를 속삭일 수는 없나요.

 

일밖에

돈밖에

모르는 사람은 정말 싫어요.

 

인생 뭐 별거 있나

 

인생 뭐 별거 있나 사는 대로 사는 거지

돈이야 많건 적건 안 아프면 되는 거지

직장이야 있건 없건 밥 안 굶으면 사는 거지

 

인생 뭐 별거 있나 그날그날 사는 거지

몇 백 년 살겠다고 아등바등 살 수 있나

하루를 살더라도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살면 잘 사는 게 아니드냐

 

인생 뭐 별거 있드냐 되는 대로 사는 거지

대통령도 감옥 가고 재벌 총수도 흙으로 가고

부자도 권력자도 한 때 뿐이더라

 

인생 뭐 별거 있나 사는 대로 사는 거지

인생 뭐 별거 있나 그날그날 사는 거지

인생 뭐 별거 있나 되는 대로 사는 거지

 

이 풍진 세상 어와 세상 벗님네야

한 테 모여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며 놀다 가세

익애(溺愛)

 

국어 사전적 의미는

지나치게 귀여워함이란 뜻이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이 익애를 조심할 일이다.

자식 버리니까.

 

그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孤岩의 경우이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항상오냐. 오냐. 그래 네가 옳다.”하며

키웠으니 환갑을 넘긴 그였지만 지금도 어리광이 남아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려든다.

 

孤岩은 인생 60을 넘게 살아오면서 익애 때문에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그를 무조건 귀여워해줄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사회생활을 할 수 없지 않는가?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 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이들을溺愛하지 않도록 주의하시라

 

익애하지 말고 아이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

마치 사자가 벼랑 끝으로 새끼를 몰아 살아남는 놈만 키우듯

이슬에 취하다

 

심심산골의 신선은

풀잎속의 이슬을 먹는다

속세의 시인들은

참이슬을 먹는다

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신선이 풀잎의 이슬에 취해

새와 나무들과 대화하듯

시인은 1,450원하는 참이슬에 취해

세상사는 이야기를 속삭인다

 

 

이 세상에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 뿐

그 나 자신도 내 것이 아니다

그러면 남는 건 일뿐이다

 

집도 내 것이 아니다

아내도, 자식도, 사위와 며느리도, 손자도

차도 노트북도 책도 내 것이 아니다

()도 내 것이 아니다(無我)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내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가지고 온 것이 하나도 없으매

가지고 갈 것도 하나도 없다

어떻게 내 것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거리에서

 

달리던 차가 신호등에 걸려 멈춘다

내 인생도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닐까

허리 굽은 할머니가 푸성귀를 팔고 있고

한 사람이 반려 견을 유모차에 태우고 밀고 간다

그 뒤로 가슴 큰 여자가 가슴을 덜렁이며 걷고 있다

 

다시 신호등이 바뀌어 차들이 달리고

내 인생도 재시동을 건다

내 옆으로 아가씨 세 명이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노숙자가 행인들에게 구걸을 한다

노숙자;

우리 모두 지구별의 노숙자인지도 모른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이별

 

목소리를 들으면

네가 울까봐

아니

내가 울까봐

전화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네가 세상에 지지 말고

세상을 이기기를 바랄뿐이다

윤사월 해 길다

 

돈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니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계절은 순환하니

봄 가면 여름이 되는데

 

세월은 흘러가면

다시 돌아올 줄 모르고

사람은 한 번 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는 구나

 

윤사월

해 길다

할아버지 묘 이장하던 날

뒷산의 뻐꾸기는 피나게 울더라

 

 

 

 

 

*박목월 윤사월에서 차용

공항버스로 떠나보낸 임

 

공항의 이별이 너무 서러울까 봐

공항버스로 임을 이국만리 타국으로 떠나보내고

혼자 걸어서 집으로 오면서 3개월 이내는

돌아온다는 말을 믿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국의 국경이 봉쇄돼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임아

언제 돌아오던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다

하나님이 허락하는 하늘길이 뚫리는 날

한아름 꽃을 안고 돌아오소서

교미

 

나비 한 마리 꽃에 앉았다

 

개 두 마리 붙었다

물을 한 바가지 끼얹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암소 뒷다리에 몽둥이를 받치고

수소를 비탈진 곳으로 끌고 가서 풀어 놓는다

 

남녀가 교집합을 이뤘다

구멍()

 

18홀은 18

36홀은 36

구멍에 공을 넣고

구멍에 잘 넣는 사람이 상금타고

남자건 여자건 구멍에 공을 넣으려고 혈안인 그린

 

수컷은 암컷의 구멍을 쫓고

비염 있는 나는 콧구멍으로 숨을 잘 못 쉬어

치과 치료 내내 고통을 겪고

담배꽁초를 버릴 곳이 없어 구멍을 찾는다

 

입 구멍으로 음식물을 먹고

하체에 있는 구멍으로 배설하고

기차가 한 쪽 구멍으로 들어가 반대쪽 구멍으로 나온다

의사가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 내 구멍으로 줄을 넣고

어머니 아버지는 죽어 구멍 속으로 매장되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구멍에서 살았드랬다

아이가 태어나려면 자궁의 긴 구멍을 뚫고 나와야 한다

 

우리는 모두 구멍에서 왔다가 구멍으로 가는 인생

구역예배

 

아내가 구역예배에 간 정오

배추김치와 김만으로

혼자 점심을 먹는다

일용한 양식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멘

그 사람 울리지 마라

 

사랑한다면 울리지 마라

네가 울더라도 그 사람 울리지 마라

울리는 사랑은 참 사랑이 아니다

 

너는 아프더라도 그 사람 아프게 하지마라

그 사람 이미 아파했고 많이 울었으므로

더 이상 아프게 하지도 울리지도 마라

 

내일이면 늦으리

첫사랑을 잊지 마라

기억하라 그 사람과 걷던 그 바닷가, 숲길을

그리고 소모전을 피하라

Don’t fight a wasting fighting

꽃과 나비

 

여자는 꽃으로 비유 된다

꽃은 예쁘고 볼 일이다.

최소한 예쁘지는 않더라도 향기는 좋아야 한다.

그래야 나비가 찾아 올 테니까.

여자의 향기란 화장품 냄새만은 아닐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내면에서 우러나는

여인의 향기...

 

남자가 나비라면 나비는 예쁘지도, 향기가 없어도 된다.

꽃을 찾아갈 날개만 있으면 되니까.

나비의 날개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인가, 권력인가, 남자의 물건인가?

 

여자는 꽃이므로 언제 가는 시들고 만다.

여자들이여!

꽃이라고 너무 재지 말라.

화무십일홍이라 늙어지면 시드니까.

나비는 그럼 어떤가?

나비도 한 철이다.

 

 

 

꽃에는 백합 같은 꽃이 있는가 하면

장미 같이 가시가 있는 꽃도 있다.

남자들이여!

여자라는 꽃의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주의 하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을 수도 있으므로

나는 적당히 살기로 했다

 

교회도 기웃기웃

성당도 기웃기웃

절에도 기웃기웃

유곽도 기웃기웃

찬송가를 부르다

유행가를 부르고

 

거짓말도 배우고

욕지거리도 곧잘 하고

죄를 짓고 참회하고 다시 죄를 짓고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경범죄처벌법에 걸리지 않을 만큼 행동도 하고

 

너무 착하지도

너무 악하지도 않게

때로는 불우한 형제도 돕고

때로는 매정하게 모른 체하고

 

 

 

파마도 해 보고

장발도 해 보고

수염도 길러 보고

 

살 때 충분히 살고

죽을 때 충분히 죽고 싶다

Live a life fully

and die fully

내 새끼

 

아들 딸이 내게 잘하건 못하건

그들은 내 새끼

미워도 고아도 내 새끼, 잘나도 못나도

내 새끼지

설령 잘 못 하더라도 그들의 탓이 아니고

그렇게 키운 내 잘못이지

아무리 그들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남 보다는 낫지

결국 내가 죽으면 가장 서럽게 울 사람은

그들, 내 새끼들이지

그런다고 그들로부터 돈도, 물건도, 효도도

기대하지는 말자

그들이 커가는 모습으로 이미 다 받았으니까

내편

 

딸은 손자편이고

아들은 며느리편이다

그래도 내편은 오직 당신뿐이야

손자 나무라면

딸이 화내고

며느리에게 바른 소리하면

아들이 투덜댄다

나의 모든 단점, 성질 급한 것

모른 척 눈감아주는 건

당신뿐이야

네시서리 이블

 

누구랑 내장산에 갔었냐고

후배랑 갔었다오

그 외의 동승자는 없었다오

주차장에서 내려서 대웅전 앞 까지

걸어가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다시 걸어 내려와 광주로 와

저녁 먹고 밤 늦도록

문학 이야기만 하다 잤다오

 

정말이지 아무 일도 없었다오

 

 

 

 

 

 

Necessary evil

Honesty and frankness make you vulnerable

To tell a lie skillfully and in good sense is not a vice

but an ability

되새김 질

 

한번 먹은 먹이를

되새김 질 하는 나는 반추동물이다

어제 그가 내게 한 말은

다시 씹어보니 가시가 씹히네

 

어떤 여물은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데

어떤 것은 쓴맛이나

여물이 거칠면 아무리 되새김 질 해도

소화가 안 돼

마늘 까기 2

 

마늘을 까려면

겉옷을 먼저 벗겨야한다

꼭지를 딴 뒤에

속옷을 벗긴다

겉옷은 쉽게 벗는데

속옷은 미끌미끌 잘 벗겨지지 않는다

청바지가

강간과 화간의 차이라는 판례도 있다

마라과 하라

 

마라

남의 일에, 세상 것에 관여하지 마라.

여자(female)는 노소를 고하하고 음심을 품지 마라.

그 누구도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마라.

-비난받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의 잘못(wrongs)을 지적하지 마라.

-니나 잘 해

위에 것을 생각하고 땅에 것을 생각하지 마라.

없어도 될 것은 사지 마라.

비범하려 하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너무 많은 말과 생각을 하려하지 마라.

-입에 말이 많고 머리에 생각이 많으면 진리로부터 점점 멀어지나니.

무엇에나 얽매이지 마라.

매사에 조급해 하지 마라.

-서서히 하라(take your time.)

인기에 연연하지 마라.

-인기란 다른 사람들의 입 위에 놀아나는 것.

 

하라

생을 만끽하라. 오늘에 충실하라.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

-산다는 것이 이토록 눈물겹게 고마운 것임을 왜 못 느끼고 계시는가?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먼저 사랑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라.

젊었을 땐 늙음(은퇴 후)을 준비하고, 나이가 들면 죽음을 준비하라.

삶을 유희로서 놀이하듯 살라

-진지하게는 살 되 심각하게는 살지 마라.

홀로 지내는 것을 연습하라.

-자신을 벗하여 사는 법을 익혀라 (吾友我居士)

능력껏 네 형제, 이웃을 도우라.

-적은 도움이라도 그들에게는 큰 것일 터이니.

건강을 위해서 최소한 매 식사 후 양치질하고, 틈나는 대로 걸으라.

말을 순화시키고 온화한 표정을 연습하라.

평범한 삶 속에서의 행복(평삶)을 소중히 하라

맥주

 

내가 자라던 시골 마을에 맥주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자기 아버지가 맥주 마시기를 좋아해서 그 아이에게 맥주 심부름을 자주 시켜 붙여진 별명이었다. 마을 사람들도 연이라는 본명 대신 맥주라는 별명으로 그 애를 불렀다. 세월이 흘러 맥주 아버지는 술병으로 죽고 맥주도 어느 듯 초로의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쥐치포를 안주 삼아 책장을 넘기면서 맥주를 홀짝이기를 좋아 한다. 그때마다 맥주라는 애가 생각난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함께. 맥주는 지금 어디에서 살며, 누구랑 맥주를 마시며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할까?

모든 시인은 바보들이다

 

모든 시인은 바보들임에 틀림이 없다.

등단을 했건 무명 시인이건

그렇지 않으면 바보 같은 소리로 시를 쓸 리가 없다.

바보는 순수하다.

그래서 바보인 시인들은 세속에 살면서도 세상과

섞일 수 없다.

속으면서도 속는 줄 모르고

상대방의 거짓말도 참으로 믿어버린다.

친구에게 속고, 사랑에 속고, 세상에 속고

그런 면에서 시인은 참으로 가련한 존재들이다.

모든 시인은 바보들이다라는 것은 내 말이 아니다.

포우(E. A. POE)<도난당한 편지>(THE PURLOINED LETTER)의 한 구절 : All fools are poets를 옮긴 것이다. 바보들 이니까 돈이 되지도 않는 (팔리지도 않는)시를 산고 끝에 낳는 것 아닌가.

시인은 바보니까 모두 외롭다.

아니 외로우니까 시를 쓴다.

모든 시인은 이호우 시인의 시처럼

<뼈에 저리도록 인정에 울고>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시를 읽고, 저마다의 시를 쓴다.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바보들은 시인이다.

등단을 했건 안했건, 발표를 하건 안 하건.

바보니까 시를 쓰는 것이다.

옛 시인은 그런 대로 괜찮다.

현대시라고 하는 것을 쓰는 그들은 누구인가?

독자가 알 수 없는 난해한 시를

시라고 쓰는 부류들.

그들은 진짜 바보들이다.

평삶 4

 

아내의 손을 잡고 한강변을 걸을 수 있고

저녁 식사 후 아내와 도란도란 티비를 보고

밤이 깊으면 자고

아침이 되면 눈이 떠진다는 것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

하루 한 번 배설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삶 속의 행복

평삶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있다는 건

내겐 커다란 위안이고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서 보면 알아요가사처럼

평범한 삶 속의 행복

 

 

*대중가요

흔들릴 때 마다

 

흔들릴 때마다 서울M병원과

그 뒤로 수차례의 광주요한병원에 입원 당했던 일을 생각하라

그 이후의 끝없는 퇴행을 생각해보라

정신 나간 막내 때문에 가슴 아파하던 이제는 작고한 큰형님,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부산까지 떼밀려 갔을 때 두 번이나 보호해 줬던 사촌 형을 생각해 보라

 

부산에서 신용카드와 지갑 등 일체를 베레모 쓴 군인에게 빼앗기고 발가벗겨진 채 밤새 헤매던 일,

새벽녘에 네게 옷을 입혀준 파출소 순경과, 자기의 점심 도시락을 네게 주어 허기를 채우게 하고 택시비를 주었던 이름 모른 천사미용사를 생각해 보라

 

흔들릴 때마다 광주 운암아파트와 기업은행 호남본부 시절을 생각해보라

요한병원에서 갓 퇴원해 독한 약 때문에 근무하기 어려웠던 시절, 직장을 그만두면 아내와 자식들이 굶어죽지 않을까를 염려했던 암울한 시절,

이제는 그 절망의 내용까지도 잊은

 

 

 

흔들릴 때마다 약물중독으로 손이 떨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지 못했던 기억, 서울대병원 가는 길 온몸이 떨려 소변을 바지에 흘린 기억을 생각해보라

 

흔들릴 때마다 삼십 대 이후 봄이면 봄마다 병이 재발하여

아내가 수없이 흘린 눈물을 생각해보라

살아서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너를 지금까지 눈물로 간호한

그녀의 헌신적 사랑을 생각해보라

가난하다고 생각이 들면 마이너스로 시작한 신길동 단칸 신혼 방을 기억하라

가전제품이라고는 골드스타 선풍기 하나 김치를 보관하려면 안집 냉장고를 이용했던 시절

그 시절을 생각하면 몇 천 배의 부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흔들리지 마라 돌보지 못했음에도

잘 커준 딸과 아들,

평생을 따라다니던 병까지 네게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라

히비스커스 티

 

유리컵에 히비스커스 티를 우리면

하얀 시트 위로 스며들던 그녀의 처녀

 

여자들은 선지 국을 먹지 않는다

A son of a bitch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인은 어머니가 아니었다 산월이라는 첩이었다. 아버지는 면사무소 소재지에서 첩살림을 하다 닷새나 엿새 만에 집에 왔는데 그때마다 소 닭 보듯 어머니를 대했다. 큰형님이 사랑했던 여인도 新里 형수가 아니었다. 창수 엄마라는 첩이었다. 형님은 중등학교 음악 선생이었는데 형수가 자기 신세를 망쳤다고 형수를 증오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어머니에게서 8남매를 생산(produce)했고, 형님도 형수에게서 4남매를 생산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없는 아버지의 씨와 잠자리의 쾌락을 통하여 나는 태어났다

죄송하지만(정말 죄송하지만)

아버지와 형님은 수캐, 어머니와 신리 형수는 암캐,

거기서 태어난 나는

A son of a bitch?

 

 

 

*지혜서 7:2

At the pub

 

맥주를 네 병 시켰는데 주모는 시키지도 않는 안주와 자기가 마실 맥주 까지 내온다. 그 뒤로도 계속 맥주를 내온다. 난 빈 맥주병을 헤아리며 술값 걱정을 한다. 왜 나는 내 돈 주고 주모에게 술을 사주는 것일까? 그 무엇을 잡으려고?

주모는 건너편에 앉아 술만 마시며 끄떡도 않는데. 나는 갖은 수작을 다 해 본다. 주모 편에서 생각하면 같이 맥주를 대작해주므로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여간 내 일생에서 여자는 the best half 또는 the worst enemy였다. 여자의 trick에 안 넘어간 적이 없다. 1, 오늘도 나는 헛것을 잡으려고 헤매였구나. 다시는 Pub에 가지 말아 야지 다짐하면서 터덜터덜 비틀비틀 걸어 집으로 온다.

Bra Size

 

A cup : Average(한국 여성 평균, 보통)

나발론의 건포도도 A-cup

 

B cup : Beauty(아름다움))

수술해 B-CUP 말고

 

C cup : Curiosity(진기한 물건, 호기심의 대상)

축 처진 c-cup 말고

 

D cup : Disadvantage(불리함)

가슴이 무거워, 거추장스러워

 

H cup : Huge(거대한)

세계유방대회에 나가도 됨

 

Bra size가 꼭 가슴의 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뻥도 있으니까

또한 가슴에는 natural(자연적인)도 있고

artificial(인공적인) 가짜 가슴도 있다.

목숨 1

 

박서방 죽고 싶네

일말의 진심이야 있겠지만 노인이 죽고 싶다는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

장모는 여러 가지 병에 시달리다 최근에는 혈전으로

다리가 통통 부었다

인명은 재천 이지요

죽을라면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고 안 합디까

백수를 누릴꺼요 언니

상한 갈대도 꺾지 아니 하시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아니 하시는-……

목숨 2

 

사람 목숨 들숨과 날숨 사이지요

할아버지는 점심 드신 후 꺽 고개를 꺾으시더니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나란히 누워 잠자다가 숨소리가 나지 않아 보니 돌아가시고 없었다

잠잔다는 것은 죽는 거지요

아침이 되도 깨어나지 않으면 죽는 거지요

장인은 저녁에 좋게 잠 들었으나 아침에 깨어나지 않아 장례를 치뤘다

장모는 죽은 듯이 잠을 잔다. 깔딱깔딱하는 숨소리, 움찔움찔하는 입술 모양으로 살아 있다.

 

모진 것이 목숨이라지만

들숨과 날숨 사이에 가는 것도 목숨이다

밤과 낮 사이

 

어떤 사람은 죽고

남과 여는 서로 사랑한다.

아이가 생기고 또 태어난다.

생과 사가 한 밤사이이다.

 

전쟁의 포화가 터지고

쿠데타의 군화 발소리가 들린다.

 

역사는 밤과 낮 사이에 이루어진다.

 

시인은 시를 쓰고자 고뇌하고

하얀 밤을 새우는 사람도 많다.

밤이 깊어 가면

시인은 밤새 쓴 시가 모두 사랑타령이라고

그것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린다.

 

낮 동안 애국을 부르짖던 무리들은

편히 잠을 자는데

모리배들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만

속았다고 한탄을 한다

뱀의 영토

 

경남 고성 아빠스수도원에서

점심을 먹고 내 숙소로 가는 길에

뱀이 지나가 소름이 돋고 깜짝 놀랐다

뱀이 나를 문 것도 아니고 내 다리를 감은 것도 아닌데

내가 뱀과 지네를 몹시 싫어하고 무서워하니까

그러나 뱀의 입장에서 보면

나보다 뱀이 더 놀랬을 것이다

사과해야할 사람은 나였지

뱀은 아니었다

산길은 뱀의 영토이고

나는 한낫 나그네일 뿐이었으니까

벌초

 

아내의 봉긋한 두 가슴을 만진다

 

올 팔월에는 어머니 아버지 묘의

벌초를 해줘야겠다

부화

동시

 

어미닭이 달걀을 낳으며

꼬꼬대 노래 불렀어요

달걀에서 병아리 태어나자

어미닭이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울 엄마 우리 동생 낳고나서처럼

소화기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

소화기 표시 밑에는

소화기가 없다

 

여수 고모는 소화가 안 되면

배에 물파스를 발랐다

 

외손자는 소아기 때

전철을 뿌뿌라고 불렀다

 

 

속세에 살아도

 

속세에 살아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고

그 마음이 청정하면

산사에서 수도복을 입고

목탁을 치고 염불을 하는 스님보다

더 부처에 가까울 수 있다

수도원의 밤은 깊어

 

산이 통째로 잠들어 버렸구먼

온 수도원이 깊은 잠에 빠져버렸구먼

산 벌레도 울지 않고 모기 한 마리 날지 않는구먼

이 시간 깨어 있는 자 누구인가?

주인은 잠이 들고 객만 홀로 밤중의 소리를 듣는구먼

The sound of silence

 

020분에 마시는 모닝커피, 그것도 산중 수도원에서

홀로 일어

외등도 꺼져버린 이 시간 수사님들도 자고 있겠지

모두가 잠든 이 시간 경전을 펼칠 생각은 없다

밤을 음미하자

 

울던 뻐꾸기도 둥지로 돌아가고

풀벌레 우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2시간여를 자고나서 아침인 줄 알고 깨었다

아무런 구속도, 속박도 받지 않고 오직 나만의 시간

고요함과 자유!

그렇다 내가 바로 이 자유와 고요함을 찾아

이 수도원에 온 것이다

수벌의 사랑

 

교미를 하고나서 곧 죽어버리는

수벌을 생각해봤는가.

여왕벌과의 단 1회의 교미로 죽어버리는.

사랑은 그렇게 할 일이다.

적어도 <여왕벌>에게라면

목숨을 바쳐도 좋지 않는가

수제비

동시

 

할머니가 저녁에 수제비를 끓인다고 하신다

제비를 어디서 잡아 오나요?

밀가루를 반죽해서 떼어 넣고 끓이면

제비가 나온다, 애야

 

그 불쌍한 제비들

뜨거운 국물 속에서 어떻게 견딜까

가여워라

 

할머니가 끓여준 수제비를

호호 불며 먹는다

제비들은 가엾지만

수제비는 맛있다

술에 대하여

 

아내가 부침개를 부치면 막걸리가 생각나고

땅콩과 오징어가 있으면 맥주를 마시고 싶고

육 고기나 생선회를 사오면 소주가 제격이다

 

잠 오지 않는 밤 양주를 한두 잔 마시면 쉽게 잠들고

님 그리워 서러운 밤이면 아무 술이나 쉽게 취한다

 

대학시절에는 돈이 없어 막걸리를 주로 마셨다

입사 후에는 술의 종류와 다과를 가리지 않았다

요즈음은 값싸고 쉽게 취하는 소주를 마신다

 

이백의월하 독작은 아니더라도

술은 혼자 마실 때

그 진미를 음미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실 때는

밤이 깊도록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나는 술을 사랑 한다

주도 유단 중 1단 애주 즉 주도이다*

 

* 酒道有段이란 청록파 시인 지훈 조동탁 선생의 수필에서 음주를 99단인 18단계로 구분하여 첫 번째는 不酒(술을 아주 못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안 마시는 사람) 1급이며 10번째는 愛酒(酒徒라고 하며 술의 진미를 아는 사람)로서 1단 등으로 분류

술이나 한 잔 할까?

 

우환 폐렴에 갇혔다

스스로를 자가 격리 당한 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술이나 한 잔 할까?

아내가 마트에서 소주 투번들을 사 왔다

아내도 술과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쯤은 안다. 내가 좋아하니까 사온 것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보다 먼저 작고 하셨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술이 떨어지지 않도록 사오셨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대병 소주와 골방대 담배, 새벽에 책 읽는 소리, 그 할아버지는 반주를 즐기셨는데 반주로 소주 석잔 정도, 좀처럼 과음을 않으셨다. 97세의 일기로 돌아가시기 까지 매일 술과 골방대 담배를 즐기셨다. 돌아가시는 날도 점심을 드시더니 툇마루에 앉으셔서 고개를 끄떡하시더니 편안하게 돌아가시었다

 

큰형님은 외지에서 생활하다 집에 오면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밖에서는 몰라도 내가 기억하는 건 막걸리 밖에 드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막걸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삶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그 분은 정년퇴직 하자마자 담도암으로 운명을 달리하셨다

 

가장 술을 탐했던 막내 매부는 두꺼비 밖에 마시지 않았다. 안주가 있건 없건 가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밥보다 술이 더 소중했다. 항상 취해 있었고 취하면 주사가 심했다.

술꾼은 술만 탐하지 여색을 밝히지 않는 다고 했나? 끝내 간경화로 배가 복어배처럼 부풀어 저 세상으로 갔다

 

아버지는 지병인 폐결핵으로 돌아가셨다

당연히 술은 한 잔 도 마실 수 없었다

친구 중에도 젊어서는 술을 즐기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 술을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시는 경우를 본다

간이 안 좋은 절친은 어떤 때는 막걸리 한 대접이 그렇게 마시고 싶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음주 습관, 큰 형님의 음주 습관, 막내 매부의 음주 습관

어느 누가 술을 콘트롤할 수 있을까?

술을 콘트롤할 수만 있다면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다

He who loves not wine, women, and songs remains a fool his whole life long _MARTIN LUTHER KING_

시계바늘이 0시를 가리킬 때

 

0

사람들이 정해놓은 하루의 경계선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출생일이 바뀌고

사망일이 다르게 되기도 한다

날이 바뀌고 주가 바뀌고 달이 바뀌고

한 해가 마감되고

새 해가 오기도 한다

 

시계바늘이 자정을 가리킬 때

시계바늘이여

너 날강도여

오늘 하루도 훔쳐갔구나

안부

 

잘 있니?

나도 잘 있어

그동안 소식 주지 못 해 미안

네 번호를 잊어먹고

한동안 생각해 내려고 애썼지 뭐야

그래, 네 목소리 들었고 잘 있다니 이만 끊을게

 

건강하면 행복할 수 있어

무엇보다 건강하렴

So long

앉아서 오줌 누는 동물

 

40여 년 전

면사무소에서 병무요원으로 방위 근무를 했다.

상사라고 할 수 있는 면사무소 직원이 <여자>

부를 때 항상 쓰는 말이 있었다.

 

<앉아서 오줌 누는 동물>이라고.

 

요즈음은 <남자>들도 집에서는

<앉아서 오줌 누는 동물>이 많다고 한다.

좌식 변기의 카바에 오줌이 묻을 까봐.

사모님들이 그것을 그렇게 좋아 한다나

 

여자라고 언제나 앉아서 오줌을 누지는 않는다.

샤워할 때는 선채로도 오줌을 누는 경우가 있으니까.

액션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

방관하지도, 머뭇거리지도 마

액션,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

 

지금까지 속는 줄 알면서도

말 한 마디 못 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마

무언가를 해, 액션

 

세상 살면서 당하고만 살았다면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

액션, 더 이상 당하고 살지 마, 액션

 

그나 너나 한끗 차이일 뿐이야

굽실거리지도 마

주눅들지도 마

어디 한 번 고개를 들고

행동해 보는 거야

액션

액션

액션

앵무새, 죄수, 광대

 

나는 앵무새인가

쇠고랑 찬 죄수인가

아니면 광대인가

 

교사, 교수, 강사 그들은 지식이라는 상품을 파는 장사치이다.

옛사람의 쓰레기를 따라서 하는 지독한 앵무새일 뿐이다.

그럼 너는?

 

명예, 지위, 가족 등의 족쇄를 찬 나는 쇠고랑 찬 죄수인가

만원 전철에서 시달리며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월급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죄수들인가

계율이라는 올가미, 가족이라는 사슬, 출세와 돈의 노예인 그대와 나는 자유인인가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죄수들인가

 

신도 종교도 우리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참된 종교는 자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으로서의 경전은 해가 될 뿐이다.

그 어디, 그 무엇에도 구속당하지 말자.

책도 경전도 목적지는 아니다. 진리를 찾아가는 지도일 뿐이다.

 

 

그래서 옛사람들도 책(경전) 속에 길이 있다고 했지

진리가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진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남을 위해,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웃음을 연출하는 나는 광대인가 광대에게는 자신의 춤도, 노래도, 자기만의 글도 없다. 각본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과연 나는 책 속의 죽은 지식, 남에게 들은 말만 따라하는 앵무새인가?

자유는 없고 족쇄를 차고 어딘지 모르는 곳을 끌려가는 죄수인가?

나의 노래, 나의 글은 없고 대본만 읽는 광대란 말인가?

에쎄프라임

 

너의 가는 허리를 감싸고

입술을 빨면

~하는 신음 소리

하이얀 너의 몸을 불살라

시인을 위해 몸 보시하는 보살인가

사랑에 중독된 사내를 파멸시키는

팜므파탈 인가

 

나는 너에게 매혹되어

하루에도 수차례 너를

애무하고 빨아대지만

저항의 몸놀림도

시샘도 없는

예수가 붓다를 만나러 길을 나서다

 

예수가 부처의 소문을 듣고 부처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이스라엘에서 인도 까지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배를 타고, 몇날 며칠을 걷고, 노자는 떨어지고 배는 고팠다

가는 길에 절이 있어 그 곳에 부처가 있을까, 구걸을 할 수 있을까 하여 들렸다

 

마침 절의 주지는 출타 중이고 학승 한 사람이 보였다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려고 하는데 부처님은 어디 계십니까?” 예수가 묻자저편 대웅전에 부처님이 있소학승이 대웅전을 가리키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예수가 대웅전 안에 들어가 보았으나 구리로 만들어 금메끼 한 불상은 보이는데 부처는 없었다

 

실망한 예수는 학승에게 노자를 좀 보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학승은나는 주지가 아니요. 한 푼도 줄 수 없소라고 냉정히 거절하였다. 예수는 부처도 못 만나고, 돈도 구걸하지 못하고, 주린 배를 채우지 못하여 쓸쓸히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갔다.

오랑우탄을 보며

 

오랑우탄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기대세요

소공포를 얼굴에 씌운다

입을 크게, 더 크게 벌리세요

~ ~

물 나와요

드르륵 드르륵 금속성 소리

 

한 시간여를 물고문을 당하고

나서야 해방되었다

 

오랑우탄은 여전히 나를 보고 있다

오르가슴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오르가슴(Orgasm)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오르가슴은 거시기로 부터 오는가

가슴으로 부터 오는가?

 

오르가슴은 거시기로 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부터 올라오는 것이다.

오르()+가슴=오르가슴

 

즉 오르가슴은 가슴으로 올라왔다가

거시기로 내려가는 것이다.

 

코쟁이들이 어떻게 우리말오르다가슴을 알고

오르가슴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을까?

오버 식스티파이브

 

오버 식스티파이브

지하철을 무임으로 탈 수 있다

기차도 30프로 디씨 해서 탈 수 있다

고궁도 돈 안 내고 들어갈 수 있다

 

사십이 불혹이라지만

늦깍이한 내겐 사십은 혼돈이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했기에

나이 어린 상사에게 굽신거리며 근무해야 했다

 

오버 식스티파이브

귀가 좀 순해지려 한다

무언가 희미하게 보인다

인생이라는 것이

 

나는 이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제서야 나는 자유다

오버 식스티파이브

외등

 

모두가 잠든 밤

외로이 불을 밝히고 있는 너

너라고 졸리지 않겠느냐

나라도 깨어있어 너의 동무가 되어줄까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잠 못 드는 친구들

너희도 오라

밤하늘의 금성 너도 오라

우리 함께 이 밤을 비추자

그리하여 뿌우연 아침이 눈을 떠

외등이 꺼지면

그때 우리는 잠자리에 들자

낮은 활동하는 시간, 밤은 쉬고 자는 시간이라지만

그건 팔자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들에게는 밤을 새워 가야할 먼 길이 있었다

외로워도 고독해 하지 말자

 

오늘 문득

외로워도 고독하지 않다

가족이 있고,

음악이 있고,

시가 있고,

노래가 있고,

술이 있고,

담배가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비록 한 사람이지만 지기가 있는 데

왜 고독해 해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

 

서두르지 말자

내일 지구가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니잖아

오늘 밤 네가 죽지 않아

 

오늘 못 한 일 내일하면 된다

Haste makes waste

서두르면 일을 망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자

Take your time

 

출발한 버스를 쫓아 가지말자

버스는 또 와

오늘밤 막차라도 내일 새벽이면 반드시 와

살아 있는 한 마지막은 없어

유레아 플라즈마

 

그것은 강도처럼 기회를 엿본다

매음녀의 속곳으로부터, 노래방의 마이크, 공중화장실의 변기

John school 강사는 매음녀들을 교육할 때 그들이 먹는 국에

숟가락도 넣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어디에고 숨어 있을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 고개를 쳐들지 모른다

Don’t touch other girls

street girls 가 아니라도 house wives도 보균자 일수도 있다

손을 씻으라

빨래를 잘 널자

 

1031,2 라인 옆 정원수 꼭대기에

수상한 물건 걸렸다

지나가던 관리소장이 보고 경비아저씨에게

장대로 집어내리란다

그것을 집어 낸 경비아저씨 브래지어와 팬티라고

누구 건지 모르니까 자기 마누라 갖다 줘야겠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그 마누라에게 맞을까?

왜 그 브래지어와 팬티가 나무 꼭대기에 걸렸을까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E (사랑의 기술)

 

- 일방적으로 잡아당기지 말 것

(상대방은 달아나려는 심리가 생김)

놓았다 당겼다 할 것

즉 상대방이 달아나면 당기고, 상대방이 당기면 끌려갈 것

 

- 때로는 무관심 할 것상대방이 안달하게 할 것

(먼저 전화하거나, 문자 보내지 말 것)

너무 무관심하면 영영 헤어질 수도 있다.

 

- 상대방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주지 말 것

 

- 사랑을 얻으려고 조급해 하지 말 것느긋이 사랑이 익기를 기다릴 것

 

THE COLOR OF LOVE(사랑의 색깔)

 

- 사랑의 색깔은 항상 연분홍빛 일 수는 없다.

- 사랑하다 이별하면 푸르뎅뎅해 질 수도

- 이별 까지는 안 가더라도 다투면 시커먼 멍이 들 수도

낙화 정기 예금

 

낙화를 쓸어 모아

 

기업은행에 정기 예금을 넣다

 

내년 이맘 때 만기가 되면

 

정기 예금을 해지하여

 

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꽃반지 대신

 

보석 반지를 선물할까

친구여, 에 침을 뱉게

 

친구여 자네는 평생 후진 양성에 몸담아왔고

바람피운 적도 없이 고고하게 살아왔으니

친구여 내 얼굴에 침을 뱉게

 

자네는 유곽 한 번 들여다 본적도 없고

정도를 걸어왔으니

非道를 걸으며 아집과 독선으로

수없이 아내를 울리며

자네의 윤리기준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를 쓴다고 설쳐대는 내가 가소롭지 아니한가

 

세상 사람들에게 아무 흠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히 행동했고 가책 없이 지냈어도

자네는 나의 더러운 과거를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이제 자네 앞에 설 수도 없고

전화 통화도 할 수가 없네

부끄러워, 한없이 부끄러워

자네를 떠올리면

내 지난날의 어둠이 떠올라 부끄러워

그러니 친구여

내 얼굴에, 에 침을 뱉게

 

사실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의 정화활동이지만

나 자신조차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이 부끄러워

내가 시 라고 써놓은 글이 부끄러워

 

 

 

 

 

*김수영, <시여, 침을 뱉어라> 민음사 1975

시집 평

시를 향한 열정, 그는 운명처럼 시를 쓴다.

기노현(문인)

 

흔들릴 때 마다 서울의 M병원과/ 그 뒤로 수차례의 광주요한병원에 입원 당했던 일을 생각하라/ 그 이후의 끝없는 퇴행을 생각해보라/ 정신 나간 막내 때문에 가슴 아파하던 이제는 작고한 큰 형님/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부산까지 떠밀려 갔을 때 두 번이나 보호해줬던 사촌 형을 생각해 보라

 

부산에서 신용카드와 지갑 등 일체를 베레모 쓴 군인에게 빼앗기고 발가벗겨진 채 밤새 헤매던 일/ 새벽녘에 네게 옷을 입혀 준 파출소 순경과/ 자기의 점심 도시락을 네게 주어 허기를 채우게 하고 택시비를 주었던 이름 모를 천사 미용사를 생각해 보라

 

흔들릴 때 마다 광주 운암아파트와 기업은행호남본부 시절을 생각해보라/ 요한병원에서 갓 퇴원해 독한 약 때문에 근무하기 어려웠던 시절/ 직장을 그만두면 아내와 자식들이 굶어 죽지 않을까 염려했던 암울한 시절/ 이제는 그 절망의 내용까지도 잊은/ 흔들릴 때마다 약물 중독으로 손이 떨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지 못했던 기억/ 서울대병원 가는 길 온몸이 떨려 소변을 바지에 흘린 기억을 생각해보라

 

흔들릴 때마다 삼십대 이후 봄이면 봄마다 병이 재발하여 아내가 수없이 흘린 눈물을 생각해보라/ 살아서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너를 지금까지 눈물로 간호한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을 생각해보라/ 가난하다고 생각이 들면 마이너스로 시작한 신길동 단칸 신혼 방을 기억하라/ 가전제품이라고는 골드스타 선풍기 하나, 김치를 보관하려면 안집 냉장고를 이용했던 시절/ 그 시절을 생각하면 몇 천 배의 부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흔들리지 마라 돌보지 못했음에도 잘 커준 딸과 아들 평생을 따라다니던 병까지 네게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라

<흔들릴 때마다> 전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듯하다. 시를 다 읽고 한 참 동안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가슴만 먹먹하다. 어떻든 지금은 어둠의 긴 터널을 벗어나 부지런히 시를 쓰고 있다. 벌써3 권의 시집을 만들어 냈고, 또 이 시집도 준비한 것이다. 박 종복 시인은 마음의 병이 중증에 이르고 치료약의 부작용에 심신이 황폐해질 무렵 정신줄인 양 시를 잡았다. 그리고 시에 열등의 상흔(傷痕), 절규하는 고독, 돌풍 같은 방황 등을 마구 토해냈다.

 

얼마 전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해 자책하듯 <친구여, 내 시에 침을 뱉게>를 쓴다. 함축된 시제(詩題)가 보이 듯 자신의 시에 대하여 부끄러운 열등감을 갖으나, 한편 자기 나름의 시를 꿋꿋이 쓰겠다는 신념을 <미안하지만 나는 희망을 노래하리라>에서 보이고 있다. 결국 그는 시와 사랑에 빠져있다.

- 절대자유를 찾기 위한 자기 연마

 

절대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어떤 환경에서도 얽매임이 없고 자기 의지대로 환경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고 그것에 길들여지기 마련이다.

 

우선 몸이 자유로우려면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하고, 마음이 자유로우려면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려면 '인간 성선설' 발로 기점의 순수를 되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아니면 절대 자유에는 못 미치더라도 삶의 과정를 구도(求道)의 자세로 살아야 그나마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극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면서 욕망과 쾌락의 욕구는 무한히 성장하니 고독과 방황이 따를 수밖에.

 

박 종복시인은 시를 쓰면서 자기 연마의 훈련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층처럼 쌓여 있는 욕망의 퇴적을 파내 버리는 작업을 시작과정을 통해 한다. 곧 자기성찰인 것이다.

 

대나무가 비어 있어야

피리가 될 수 있듯이

비우고 또 비워서

치허(致虛)에 이르라고 스승은 말했다

 

무념, 무상, 무욕

아무 것도 아닌 것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이 되라고

스승은 강조하였다

 

세월이 흐른 지금

대나무가 아닌 고목이 되었고

온갖 잡념과 물욕 투성이의

인간쓰레기가 된 자신을 본다

<비우고 또 비우라> 전문

 

자유를 위한 자기 연마의 구체적 행동지침의 하나다.

 

인생은 기다림과 희망이 있어 힘든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 중략-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희망을 붙들고

기다림과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오늘을 버티겠는가?

사람은 기다림과 희망을 먹고 산다

기다릴 줄 아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지혜이고

희망은 그 버팀목이다

<기다림과 희망> 전문

 

구체적인 희망을 설정하여 몰입 노력하고 묵묵히 가다리다 결과에 크게 희비하지 않는 삶 속의 성실함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나뭇잎이 심하게 흔들린다

운명 앞에 심하게 흔들리는 여자

흔들리다 멈출 것인가

가지가 꺾일 것인가

운명이 가혹하면 송두리째 뽑힐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가지를 보고 있던 사내가 담배꽁초를 버린다

그래 흔들려도 좋다

꺾이지만 뽑히지는 말아라

나도 한 때 바람 앞에 등잔불이었다

<바람의 여자> 전문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관조의 냉철함이다.

 

- 자신을 잘 다스려 스승으로 삼다 - 자신에게 잠언을 주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 않겠다

다만 이것만은 묻자

아픈 데는 없냐?

심하게 아픈 데가 없다면 됐다

건강하면 행복할 수 있으니까

<질문> 전문

 

건강에게 가능성의 모든 것을 열어 놓았다. 희망이 삶의 원동력이다 는 시인의 삶 철학에 닿아 있다.

 

 

심무가애 무유공포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다는 반야심경 나오는 한 구절이다/ 나는 이 지혜의 말씀대로 절대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함을 알고 있다/ 탐욕도, 분노도, 증오도, 사랑에 대한 미련도

 

생활은 단순해야 하고/ 말은 적어야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살고(글을 쓸 때는 악풀이 아닌 한 자기표현에 투철해야 하지만)

 

인간관계는 최소화하고/ 고독을 친구 삼아 홀로 있는 연습도 하자/ 누군가는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심산의 바위처럼/ 절해고도의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전문

 

관조하는 숙성된 고독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이빨 사이에 음식이 끼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양치질하거나 치간 칫솔로 그것을 빼내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란 이빨 사이에 낀 음식과 같다

解脫이란 그것을 빼낸 후의 시원함이다

<解脫> 전문

 

그렇다 한 개인의 존재감은 정말 가벼운 것이다. 고와 해탈은 바로 등 대고 있다.

 

- 시의 즐거움

 

틈새라는 골목 안 조그만 찻집에서

비오는 창밖을 보며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린다

비 한 번 신나게 오네

 

핫 아메리카노의 열기가 손 끝에 느껴지고

나는 창밖의 비오는 모습을 보고

한 여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한다

 

비 오는 가을 날 하오

핫 아메리카노의 향기가 좋다

또 한 남자와 여자 둘이 들어와 틈새는 비좁고

창밖의 비는 원하게 오고 있다

<틈새> 전문

 

틈새라는 찻집이름과 거기 사람들 틈에 매체가 된 커피, 그 틈새에서 창밖의 시원한 비가 불러온 수채화다.

 

한 번 먹는 먹이를

되새김질 하는 나는 반추동물이다

어제 그가 내게 한 말은

다시 씹어보니 가시가 씹히네

 

어떤 여물은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데

어떤 것은 쓴맛이 나

여물이 거칠 면 아무리 되새김질 해도

소화가 안 돼

<되새김질> 전문

생활 속의 소소한 풍경이나 의미들을 수채화 같은 시로 써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복사꽃이 피었다

다시 봄이다

해마다 복사꽃이 필 때마다 나는 봄앓이를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프지 말자

 

복사꽃이 지고 있다

복사꽃이 지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꽃이 져야 탐스러운 복숭아를 맛 볼 수 있으니

 

무엇이든 핀 것은 져야 열매를 맺는다

우리도 언젠가 질 텐데

질 때 무슨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희망 하나 던져 줄 수 있을가

<복사꽃 피고 질 때마다> 전문

 

무릉도원이라 했으니 복사꽃의 아름다움을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시인은 복사꽃 나무에 애정이 많은 듯하다. 복사꽃과 봄과 시인의 희망은 서로 연결되어 시인의 삶 구성 요소가 되어 있다. 복사꽃이 지면 봄이 가고 봄이 가면 시인의 희망도 사라진다. 수 십 년을 복사꽃이 피고 지고, 시인은 좌절하고 방황한 삶이었나 보다. 지금에 와서 '기다림과 희망'이 시인의 삶 철학이 된 과정이다. 그간 얼마나 많은 소소한 만족들을 버리고 지연시켰을까? 기다렸을까?

 

 

- 단상(斷想)의 시들

 

이 시집의 중 후반부의 시들은 말 수가 적다. 잔소리 같은 군더더기가 없이 간결하고 담백하다. 그 만큼 시인의 시 의식이 잘 정돈되어 있고 시정(詩情)이 평온해져 있다.

 

좋은 시의 조건이 세세한 부분까지 정형화 되어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생활 속의 사물이든, 상황이든, 생각이든, 어떤 것도 시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단 그것들을 어떻게 미적 결과물로 생산 해내는가는 시인의 역량이고 그 시의 작품성이다. <외등>, <오랑우탄을 보며>, <벌초>, <앵무새, 죄수, 광대>, <예수가 부처를 만나러 길을 나서다>, <목숨1,2 >, <호모루덴스>, <뱀의 영토>, <속세에 살아도>, <마라경 하라경>, <넵둬부러>, <하루분의 삶>, <집착>, <기다림과 희망>, <혼자 있는 시간을 연습하자> 등에서 다양한 주제와 소재가 상상력에 의한 풍부한 발상으로 시작(詩作)되었고, 시어(詩語)가 매끄럽게 조탁되어 시 맛이 한 층 살아 있다. 앞으로 더욱 시인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한다.

 

 

박종복 시인

저서 목록 교보문고 판매

 

시집

<고독은 나의 운명> 도서출판 춘화, 2017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도서출판 춘화, 2020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도서출판 춘화, 2020

<노트북 같은 인생이라면> 도서출판 춘화, 2021

<하얀 미소만 남기고 떠난 임> 도서출판 춘화, 2022

 

산문집

<어쩌다 마주친> 도서출판 춘화, 2021

 

강의 교재

<Fun한 시문학 강의 교재> 도서출판 춘화. 2022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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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한빛(대표 김충섭 02-498-8363)
도서출판 春火
2020-000093
07221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3722 1031002
02-62164691
koarmpark@gmail.com
다음 블로그: 박종복시인
박종복, 2020 printed in Seoul, Korea
ISBN 979-11-970978-3-6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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