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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한 시문학반(2022년 2월) 수강생의 시

koarm 2022. 4. 3. 14:11

수강생의 시 <펀한 시 문학반 > (2022.2)

 

봄꽃

강동애

 

노오란 봉오리 진 후리지아

반갑다

봄이 오면 산에 둘에 잔달래 피네

봄노래 있었지*

 

우리 두 식구 단촐한 봄 식탁

후리지아 꽃봉오리들

하하호호 피어

늘어날 식구 많아 좋다

 

너를 보며 웃는다

밥이 달다

*김동환작사, 김동진 작속 봄노래에서 차용

 

 와이키키 해변의 추억 속으로
  강동애 
 
 바다하면  그때 생각난다
 외이키키 해변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실어
태극기 문양 또렷한 수모를 쓰고 헤엄쳐 나아간다 
 
바닷속 쌓아놓은  검은 돌무더기들
검은 작은 물고기들 헤엄치고
검은 작은 게들
기어다니며 반긴다 
 
하와이 화산섬 닮아
너희들 몸 색깔도 검어졌드냐 
 
수영복 사람들 그 너머 못 가는데
너희는 자유로이 노니는구나 
 
한사람 만나  매인 몸
나도 다음 생엔 작은 물고기 되어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  
볼까나 
 
핸드폰 잃어 촬영한
해변의 풍광은  사라졌지만
검던 물고기 검은 게들은
뇌리에 남아 떠오르네 
 
바다하면
그 때가  생각나
그리워진다.

 

 

우수에 붙여

 

송곡 이관수

 

눈이 내리네

함박눈이

염색한 머리

우습게 여기고

차분히 짓밟네

 

종로 보석상을 희멀건히 바라보는

노숙자의 눈처럼

기운 빠진 거리를 휘젖고 흩날리네

눈이 내리네 봄눈이

가로수 가지마다 피는 꽃

방긋이 다가와

입술을 포개네

 

 

 

 

덧없어라

 

송곡 이관수

 

이별의 꼭지점을 돌아

다 도려 낸듯한 아픔도

세월 지나니 덧없어라

 

부모 여윈 한없는 슬픔으로

회한의 걸망을 지고 온 고통

세월 지나니 덧없어라

 

온 재산을 다 날리고

벼랑 끝에서 허덕이던 날들도

세월 지나니 덧없어라

 

죽을 둥 살 둥

끄트머리에서의 곡예

세월 지나니 덧없어라

 

유정도 무정도

둘이 아니고 하나인 것을

놓아 버리면 다 얻는 것을

 

어이 이리 아둔하여

자정 넘어 새벽 까지

두리번거리나

 

 

그 봄들로 나가자

정교원

 

들로 나가자 친구야

아지랑이 아물아물 피어오르는

그 봄들로 나가자

 

냉이 꽃, 꽃다지 꽃, 계란 꽃 품은 망촛대

스멀스멀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봄들로 나가자

 

털퍼덕 들판에 앉아

해 어스름 녘 까지 쑥 뜯으며

쑥덕쑥덕

머리 맞대어 봄 이야기 풀어내고

봄 햇살 나른하게 넘어가는 동산

어깨동무하고 봄노래 가득 담아 돌아오자

 

어느 겨울비 오던 날인가, 봄비 오던 날인가

정교원

 

대보름 하루 앞 둔

봄빛 머금은 겨울비 오던 날

 

박꽃 같던 내 친구 희순이

어느 겨울비 오던 날인가, 봄비 오던 날인가

그 빗속에 어리다가 사라지네.

 

서른다섯 청춘이

두 쌍둥이 딸 보듬지도 못 하고 떠남은

얼마나 가슴 아픈 것인지

 

두 손녀 할미 된 내게

그 마음 차올랐다

빗물 되어 떨어지네.

 

 

연화장 저 연꽃

이광연

 

내 마음과 함께 갔던 그 곳

임 언제나 그 곳에 있는 데

 

나는 오늘 또 혼자이다

나는 방황하고 있는가?

 

구정물에 피어도 아름다운 것은

향수의 바다에 오르고픈

염원을 담고 있음이지

 

연화장

불 꽃 되어 타오르는 당신

연화지 합장한 저 연꽃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이시여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임이시여

 

더러운 세상 미련 말고

향수의 은하에서 여여 하옵소서.

 

꽃순이

달빛 이광연

 

여름

가을

겨울

 

인생

다시

봄이라지요

 

그대 처음 보는 날

그때부터

그대 다시 보는 날

 

인생

다시

봄이네요

 

죽는 날 까지

언제나 봄이라지요

 

꽃 피우다

지고나니

그리움만 한다발이요

 

그리워 바라보니

닳아버린 열흘이네

 

고락으로 같이 가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모습

닮아버린 미소

 

마주 보는 두 눈에

흘러간 추억들

 

꽃피고 봄 오니

아지랑이 빙빙

꽃 닮은 순이

당신이 오네

 

 

 

바다

임경임

 

내가 가는 그 곳에

당신은 늘 있었습니다.

 

하얀 미소로

하늘을 가득 담아

나를 반겨 주었습니다.

 

강릉에서도

속초에서도

여수에서도

제주에서도

      

               김창기

             

얼마나 많은 눈물과

 눈물의 소금기가

너의 넓은 가슴을 절였기에

너는 그렇게 푸른 멍이 들었나

 

얼마나 많은 사연과

 한숨의 깊이가

너의 바닥을 끝내 밀었기에

너의 심연은 검게 빛을 잃었나

 

바닷가에 서면

바다 저편은 보이지 않는다

나의 내일도 보이지 않는다

부디 생의 무게는 바다에 잠기고

생의 아픔은 그대로 삭고 삭아

, 바다의 품에 깃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