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여명사 선방에 앉아

koarm 2021. 1. 3. 05:46

쇠북소리도

풍경소리도

염불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여명사 선방에 홀로 앉아 있으니

고요함과 홀로 있음이 좋다

 

주지 외에는 다른 승려도 없고

공양주도 없는

사무장이라 하는 자는 휴가 가고

승과 속이 함께 45일을 보낸다

2,3일에 한번 오는 보살이

저녁 공양을 준비해 주고, 아침 점심은

내 알아서 해야 한다

 

간밤에는 저녁 공양으로 제육볶음을 주지와 함께 먹었다

살생계가 불교의 계율이 아니던가?

절에서 제육볶음이라니

절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소주병

요즈음은 절에서도 염불하고 목탁 치는 것을

스님이 하지 않는다

오디오 스님이 대신 한다

휴대폰 없는 스님이 없고, 웬만한 절에는 자가용이 다 있다

석가가 들으면 슬퍼하지 않을까?

 

 

공주 계룡산 국립공원 입구 여명사

 

#신간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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