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모음
짧은 시 모음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1961~) 경북 예천, 원광대 국어국문 졸업 단대교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바람> 김용택(1948~) 전북 임실 ,순창농 고등학교
바람도 없는데
창문 앞
낙엽이 흔들리네요
나를 안아주세요
<호수> 정지용 (1902~1950) 충북 옥천
도지샤대 여문학
얼굴 하나야
손바닥으로
포옥 갈수 있으나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복사꽃 피면> 주요한 (1900~1979) 평안남도 평양 시
복사꽃 피면
가슴 아프다
속생각 너무나
한없으므로
<짐> 이정하 (1962~) 대구 원광대국어 국문학과 졸, 경남신문,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외려 그대에게 힘겨운 짐이
되지 말게 하소서
<아버지> 고운(1933~) 본명 고은태 군산 출생 군산고등학교 중퇴, 단국대 석좌교수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
극락이구나
<그 꽃> 고운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내장산> 고운
병든 아우야 내년의 단풍 보고 죽어라
<선술집> 고운
해 지고 나서
하나 둘 들어서는 집
선술집
처마끝 등불에 끼는 밤물것들
<지나가며> 고운
절하고 싶다 저녁연기 자욱한 먼 마을
<선운사 동구> 서정주 (1915~2000) 전북 고창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다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아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아습디다
<동천> 서정주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문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놨더니
동지 섣달 나는 매서운 o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가네
<풀꽃.1> 나태주(1945~) 충남 서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2>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3>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어봐
꽃 피어봐
참 좋아.
<행복>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