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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일찍 데려가신다

koarm 2023. 9. 18. 23:50

신이 사랑하는 대상은 일찍 데려가신다

박종복

 

길을 가는데 목련꽃 한 잎이 머리위로 뚝 떨어졌다.

 

⁕⁕장인어른도 그 날 밤 저녁밥을 좋게 들고 잠들었다. 밤사이 한 송이 목련꽃인양 목숨이 다하여 돌아가셨다. 그분은 장흥군 보건소의 사무장을 하셨는데 전기가 안 들어오는 시골 마을에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하여 전축을 돌리는 멋쟁이셨다. 또 뒤뜰에 그 당시 귀한 유자나무와 단감나무 등 유실수를 많이 심었다. 그 분이 돌아가신 후 집을 처분하였는데 집값 보다 유실수 값이 많이 더 처졌다. 큰 딸과 둘째 딸 그리고 둘째 아들과 본가에서 40km 떨어진 곳에서 따로 지냈는데 신은 그를 밤사이에 데려가신 것이다. 장모는 시신만 보았지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찢어지게 가난하였다. 매부는 매일 술을 마시고 누나를 못 살게 하였다. 중동 건설 붐이 불자 매부는 사우디아라비아로의 해외근로자로 나갔다 3년 만에 돌아왔다. 그 돈으로 석관동 뚝방집을 벗어나 버젓한 내 집을 구했다. 매부는 피땀 흘려 번 돈의 일부를 친척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돈을 받지 못 하자 매일 술만 마시고 누나를 학대했다 그러다 매부는 죽었다. 술병이었을 것이다. 매부가 죽자 누나는 마음이 편해졌다.마음이 편해진 누나는 마을 아줌마들과 어울렸다. 신이 시기 했던가 누나는 마을 사람들과 약수 뜨러가는 차가 전복되어 식물인간이 되었다. 같이 갔던 아줌마들은 모두 멀쩡했는데 누나만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내 누나 중에 가장 똑똑하고, 미모도 뛰어났는데누나는 중환자실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계셨다. 아직 결혼시키 못한 아들 때문에 눈을 감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혼미 상태에서도 막내아들의 혼사문제가 마음에 걸리셨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조카 에게 결혼하라고, 그래야 엄마가 눈을 감으실 수 있다고 설득하고 조카와 함께 병실에 들어가 그 말씀을 드렸다. 누나는 3일 후에 영면하셨다

 

⁕⁕⁕다섯째 매부는 신길동에서 조그만 맞춤양복점을 하였다 술 그것도 두꺼비만을 좋아하셔서 항상 취해 지냈다. 술을 안 마실 때는 신사였으나 술만 들어가면 주사가 심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무척 좋은 매부였다. 양복도 몇 벌이나 마쳐 주시고 틈틈이 용돈도 주셨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 악한 사람이 없다고 했나.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매부는 내게 아낌없이 베프셨다. 그런데 조지훈의 주도유단처럼 매부는 열반주를 드시고 배가 남산만큼 부풀어 저 세상으로 갔다

 

⁕⁕⁕⁕고종 사촌 동생이 이었다. 몹시 가난하고 희망도 없었다. 페인트칠을 업으로 하며 근근이 살아갔다. 하루는 고모네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재국이가 자살했다.” 자살-죽음 중에서는 동정 받을 수 없는 죽음, 죽을 것 같으면 죽을 듯이 왜 살지 못했나? 오즉 했으면 자살했겠냐고? 아무리 변명해도 신이 준 목숨을, 부모가 준 목숨을 스스로 끊는 다 것은 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그의 상가는 썰렁하였다. 결혼식 하객은 부모 손님이고, 장례식 조문객은 자식 손님이라는데 결혼도 하지 않고 죽은 그의 장례식에 조문객이 있겠는가?

 

⁕⁕⁕⁕⁕담임 목사님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신지 3일 만에 소천 하셨다. 교회일도 성심성의껏 보시고 교인들을 그렇게 위하여 봉사하셨는데 신도 무심하시지 신을 위해 헌신한 목회자도 그렇게 일찍 데려가시다니. 점말 신은 사랑하는 대상을 일찍 데려가시는가? 교회 신도들은 한동안 그 충격으로 시달렸다

 

 

⁕⁕⁕⁕⁕⁕2014.4.16. 여객선 세월호가 수학여행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탑승객 304명이 사망한 사건은 아직도 우리에게 큰 충격이다. 못 다 핀 그 젊은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수학여행 길에 참사를 당해야 한다는 말인가. 신이 사랑해서 먼저 데려갔다는 구차한 변명은 통하지 않으리라. 내 딸 내 자식이 그렇게 죽었는데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어찌 통곡하지 않겠는가? 그 학생들 침몰해 가는 배 속에서 얼마나 두렵고 치를 떨었을까? 신이여 더 이상 착하고 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먼저 데려가지 마시고 악하고 못 된 사람들만 데려가소서

 

 

⁕⁕⁕⁕⁕⁕⁕세월호참사가 잊혀 지기도 전에 이게 무슨 청천병력이란 말인가? 2022.10.29. 용산구 이태원에서 코로나가 해제 되어 훼로인 축제에 참여했던 158명의 젊은 꽃들이 다시 참사를 당하다니? 이쯤 되면 선하게 살지 말고 적당히 죄도 짓고 약간은 악하게 살아야 하는가?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날 두고 가는 임은 가고 싶어서 가느냐

아리 아리랑 아나리가낫네 아리랑 응응응 아나리가 낫네

 

-진도아리랑에서 -

 

 

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일찍 데려간다고

그러면 좀 덜 착하게

적당히 악하게 살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