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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한 시문학 강의 교재 ㅡ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 두 편

koarm 2022. 3. 17. 21:45

어느 봄날에선가 꿈에선가( Im Frahling oder im Traume)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독서 노트에서

 

어느 봄날에선가 꿈에선가

언제였든가 너를 본 적이 있다

지금, 이 가을날을 우리들은 함께 걷고 있다

그리고 너는 나의 손을 쥐고 흐느끼고 있다

흘러가는 구름은 우는가?

핏빛처럼 붉은 나뭇잎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리

언제였든가 한번은 네가 행복하였기 때문이리라

어느 봄날에선가 꿈에선가……

 

 

가을날

송영택 옮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