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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면 생각나는 시
koarm
2022. 3. 5. 16:34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청마 유치환
고독은 욕되지 않는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를 치레하기에 아끼지는 않으리
들어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 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는다
#1960.3.13. 발표 ㅡ4.19의 도화선이 됐다는 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