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그래도 나는 사람 냄새가 그리워
koarm
2021. 4. 4. 11:47
사람 냄새가 그리워 광주에 왔지만
금남로 거리를 아내의 손을 잡고 걸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네
일찍이 나와 함께 걸었던 사람들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그 사람들,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기던
현, 영, 숙…그들은 지금 어디에?
지금은 기억 너머에 있는 그 사람들
약간은 어리숙하고, 약삭빠르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는
그런 사람 냄새가 그리워
대형 마트의 판매원 보다는 동네 슈퍼 아줌마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고
나이 어린 손자의 순진무구함이 사람 냄새인 것도 같다
승승가도를 달리는 사람보다는
넘어졌다 일어서고 또 넘어졌다 일어서는 사람에게서
나는 사람 냄새를 맡는다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서 사람 냄새가 날까?
독선과 아집으로 점철된 나에게서
다른 사람들이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으려나……
*유치환의 ‘그리움’에서 차용
#고암 박종복시인 시집선
노트북 같은 人生이라면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복사꽃 나무는 일곱 번 핀다
#고암 박종복 산문집 ㅡ어쩌다 마주친
ㅡㅡㅡ교보문고 독점 판매 중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