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시리즈
봉숭아 꽃말은 Touch me not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
봉숭아 1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내 좋아하는 것 막지 마세요
나도 당신 건드리지 않을 터이니
제발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나를 조금 안다고 간섭하지 마세요
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나는 나대로 뜨거운 화덕을 지나
여기에 왔으니
내 생에 감 놔라 배 놔라 관여하지 마세요
잡초 같은 나를
당신은 죽을 때 까지 알 수 없을 거예요
나는 매 순간 변하고
매 순간 자라니까요
나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어요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나는 피상적인 나예요
그런 나는 죽은 나요, 과거의 나예요
봉숭아 2
당신이 알고 있는 내가 아닌,
방금 전까지의 내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보세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보고 말하시오
방금 전까지의 내가, 내가 아니듯
과거의 나는 더욱 내가 아니지요
나는 순간순간 변해요
과거의 나를 생각하며
그 내가 나라고 말하지 마세요
나는 이 순간도 또 변했어요
변화 중에 있는 나를 보고 말하세요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음으로 수시로 변합니다
죽은 내가 아닌
이 순간의 나를 보세요
봉숭아 3
이제는 건드려도
도를 지난 관여에도
폭발할 수 없는 순명을
깊은 슬픔으로 침전 한다
차라리 폭발할 때가 좋았을
거리로 뛰쳐나갈 수도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없는
십자가를 지고 가듯
말없이 담배나 피우던지
술이나 마시고
소리 없이 울던지
봉숭아 4
살아오면서
무섭게 어려운 시절도
이를 악물고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
몇 차례는 지병으로
한 때는 청춘의 시뻘건 죄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발가락 사이의 무좀처럼
장마철 화장실 곰팡이처럼
그렇게
용케도 죽지 않고 이겨냈다
생존에의 치열한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