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rm 2020. 12. 12. 17:15

가난한 사랑 노래 ㅡ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1988>

 

ㅡ <시 감상 박고암 >

가난이 죗가 ? 가난하다고 그리워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

가난하다고 사랑을,그리움을 모르겠는가?

가난한 사람은 사랑도 해서는 안 되는가

결혼도 할 수 없는가.

외로움도, 두려움도, 그리움도 가난하기 때문에 버려야 하는가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들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이 추운 엄동설한에 가난한 젊은이는 어디서 떨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