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rm 2020. 12. 11. 12:30

내 몸에 물끼오르고

정진규

그럴 것 없어

당당하게 살아보는 거야

허리굽히기, 미소짓기, 녹녹해지기,

오늘은 어디 한번 다 걷워치워 보는 거야.

제까짓 것이나 나나 다를 것 없어

백지 한 장 차이야

머뭇거리지도 마, 두려워하지도 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그건 현실이야

진실과 현실은 거리가 멀어

나도 머리를 먼 곳에 두고

오늘은 어디 한번 푸르러 보는 거야

여름날 언덕의 한 그루 미류나무처럼

성큼 큰 키로 푸르러 보는 거야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는 소녀들의

그런 봄날이 머지않는 탓일까

꽃피어 꽃피어 향내 어지러운

그런 봄날이 머지않은 탓일까

내 몸에 물끼 오르고

내 몸에 물끼 오르고

모든 게 잘 되어질 것 같았습니다.

 

<시감상 박고암 >

청춘을 저당 잡힌 젊은이들

아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이 어린 상사에게도 허리 굽히며

하루에도 수십번 사표를 쓰는 중년의 직장인들

그럴 것 없다고

당당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하지만

돌아 서는 뒷모습만 초라한

그대에게 주고 싶은 시이다.

언젠가는 모든 게 잘 되어질 것이다

그대 몸에도 물끼 오르고

추운 겨울이 가면 봄은 어김없이 올 것이다.

나도 직장생활 할 때 수없이 뇌이던 말이다

제까짓 것이나 나나 다를 것 없다고

백지 한 장 차이라고

끝내 조기퇴직을 하고 말았지만

직장인들 홧팅!

머리를 먼 곳에 두고

오늘은 어디 한번 푸르러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