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rm 2020. 12. 10. 14:48

 

문정희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읽고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찿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를

 

<시 감상 >

문태준 시인은 겨울에 사랑이 찿아온 연인들에게 이 시를 읽어

보라고 권한다. 나는 겨울이되면, 눈이 많이 내리면 최승호 시인의

<대설주의보>라는 시보다 이 시가 생각난다.

큰 고개에서 폭설이내려 운명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 문정희 시인 뿐이랴.

꼭 한계령이 아니라도 말이다.

죽도록 사랑(국립국어원의 정의에 의하면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이 바꿨다.

개정 전의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열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

에서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열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러므로 사랑하는 상대가 구태여 이성일 필요는 없다.)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계령이 아니라 시베리아라도 갇힐 수 있지 않을까 ?

오늘은 대설이다.

올 겨울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한계령을 넘을까 ?

그리고 폭설 속에 갇히고 싶을까?

한가지 주의할 것은 운명을 바꾸고 싶지 않는 상대와는 겨울 한계령을

넘지 말라는 것이다. 진짜 운명이 바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