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rm 2020. 8. 28. 14:05

아파트 지붕 사이로

붉은 해는 넘어가고

이윽고 어둠이 오리니

네온사인과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면

포장마차에선 오뎅국 끓이는 소리

 

한 사나이가 지친 얼굴로

당산역 6번 출구를 내려와

독작으로 소주를 마신다.

 

김 이사는 왜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일까

카드 대를 제외한 이번 달 월급은?

 

쓰디쓴 소주에 취한 그는 힘없이

여우같은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다

문득 서쪽 하늘을 쳐다보며

자신의 일몰은 무슨 색깔일까를 생각한다

바람 부는 골목길을 비틀비틀 걸으며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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