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리라

koarm 2020. 8. 8. 17:58

<고독은 나의 운명>이라는 시집을 냈고

아직도 호는 고암(孤岩)이지만

다시는 고독하다고 말하지도 쓰지도 않으련다

가족이 있고

술 담배를 살 수 있는 돈이 있고

가 있고 노래가 있고

知己가 몇 명쯤은 있는 한

 

이제는 어리석었던 내 청춘을 하지 않으리라**

청춘의 그 어두웠던 긴 터널과 퇴행을 지나오면서

안 사람을 많이 울렸지만

그 결과 오늘의 내가 있으므로

 

다시는 사람은 죽어 한 줌 재로 그냥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비록 화장터의 분말로 화할 지라도

사람은 살아온 인생의 흔적이 있고

사랑의 기억이 있고

영혼은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므로

기형도처럼 나도 이제부터 희망을 노래하리라*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시집 <정거장에서의 충고>,

<가수는 입을 다무네>에서 차용

 

#신간 <복사꽃 피고 질 때 마다 9쪽 >